하지만 그 어떤 사랑에도 위기는 찾아오게 마련이다. 사랑에 달콤함만이 있을 것이란 것은 이상일 뿐. 어느 정도 서로를 알게 되면 권태기란 것이 찾아 오기도 하고, 상대를 소유하기 위해 내 기준에 맞춰 마름질을 하기도 한다.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면 ‘영원’이 되지만, 많은 이들이 이별을 한다. 그것이 현실이다.
예전에 내 모습을 더듬어 기억해본다. 처음에는 그 사람의 모습이 좋아 사랑하게 됐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또 다른 나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내 원칙에 맞추라고 강요하며 말이다. 당연히 이런 내 행동의 결과는 어김없이 이별로 이어졌다.
사랑은 강요할 수 없고 강요해서도 안된다. 강요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새하얗고 얇은 한지와도 같아서 쉽게 더럽혀지기도 하고 너무 강하게 한쪽으로만 잡아당기면 찢어지게 마련이다. 서로가 힘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와인을 마심에 있어서도 그렇다. 내가 와인을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비즈니스와 모임에서 와인을 곁들이는 곳이 속속 생겨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와인이란 것은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주류 중 하나다.
와인은 무조건 비싼 와인을 마셔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와인을 모르는 것이 마치 그 사람의 교양과 지적 수준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함부로 말해서는 절대 안된다.
와인에 관심이 없는 이에게 와인에 대한 지식이 없음을 탓하거나, 와인을 마시는 것이 대단한 행위인 양 포장하며 강요하게 되면 상대방이 처음에는 와인을 마지못해 마시겠지만, 그러한 강요가 반복되면 오히려 와인을 끔찍이 싫어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내 주위에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의 부류는 두 가지다. 와인이 가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와인을 음식과 함께 마시는 것, 마시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다.
와인이 가진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뉴질랜드, 호주 등 신세계 와인은 매력이 떨어지지만, 와인을 마시는 것을 즐기는 이들에게 신세계 호주는 ‘퐁’하고 따서 바로 마시기에 좋고,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다양한 음식들과도 매칭해서 먹기에 굉장히 좋은 와인이다.
사진=신동진 |
내게 와인은 하나의 역사 교과서와 같다. 포도품종부터 해당 와인이 지닌 이름, 지역에 얽힌 뒷이야기 등을 찾아가다 보면 와인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곤 한다.
그렇다고 다른 분들에게 와인을 마셔야한다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와인도 사랑도 물 흐르듯 순리대로 하면 되기 때문이다. 마시고 싶다면 마시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안 마시면 된다. 사랑하면 함께 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듯이 말이다.
마음 아픈 일일 수 있으나 와인도 사랑도 그러한 것이다. 그게 인생이니 말이다.
글=신동진
정리=서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