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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하 12도, 지붕도 난로도 소용없네요”
‘오늘은 일이 있으려나….’ 한파가 강타한 7일 새벽 서울 남구로 인력시장 천막 옆 히터 앞에 일감을 찾는 인부들이 몸을 녹이고 있다. 김성우 기자/zzz@

한파 덮친 인력·청과시장 가보니
추운날씨에도 인부·상인 ‘북적’
남구로 인력시장 새벽부터 나와도
추위 탓에 3분의 1은 ‘허탕’
청과물시장 상인 “뼈마디가 시려”


대설(大雪)인 7일, 매서운 추위가 한반도를 찾아왔다. 아침 최저기온은 전국이 지역별로 영하 12도에서 2도. 서울의 경우 출근길 체감온도는 영하 13도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추운 날씨에도 서울시내 인력시장과 큰 도매시장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추위에도 ‘먹고살기 위해 나왔다’는 이들은 “난로 등 방한 도구를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을 만큼 춥다”고 했다.

오전 4시 7호선 남구로역 삼거리는 두꺼운 외투를 뒤집어 쓴 사람들로 북적였다. 남구로역 4번 출구 간이 천막 앞에서는 한국말, 반대편 하나은행 구로동 지점 앞에선 주로 중국어가 들렸다.

남구로 인력시장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한국인ㆍ중국동포 구역인 남구로역 4번 출구 앞, 중국 한족들의 구역인 하나은행 앞, 나머지 하나는 인력거래소와 직접 거래가 돼 있는 인부들의 구역이다. 인력거래소와 거래를 맺은 인부들은 주로 인력거래소로 직접 이동해 일감을 찾는다.

최근 한족들이 몰려들면서 중국동포와 한국인들은 일감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4번 출구에서 만난 목수 박모(40) 씨는 “천막 앞에는 대부분 목수자격증을 가진 한국인과 중국동포, 반대편에는 중국인 한족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3개월 관광비자로 들어와 불법체류자 신분인 인부들로 구역이 나눠져 있다. 박 씨는 “한족이나 한국인이나 추운 건 마찬가지일 것 같다”면서 “너무 춥지만 히터때문에 버티고 있다. 오늘은 허탕치지 않고 일감을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부들은 방한도구로 중무장했다. 수염을 길게 기른 목수 양모(58) 씨는 군용 털모자를 쓰고 장갑까지 착용한 상태였다. 그는 “날이 너무 추워서 핫팩을 세 개나 붙이고 왔다”면서 “겨울에는 추위를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수염을 기르는데, 기르길 잘한 것 같다”며 웃었다.

오전 5시께. 인부들을 태울 승합차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사람을 지적하고 “거기 몇명이냐”고 묻거나, “10명만 모집한다”고 소리치면 사람들이 달려가는 방식으로 인원 모집이 이뤄졌다. 차량들은 약 30분간여간 인부들을 태워갔다. 오전 5시 30분부터는 차량 이동이 뜸해졌다. 이날 인력시장이 종료됐음을 의미한다.

중국동포 A 씨는 “날이 추워서 오늘은 조금 늦게 현장에 나왔다”면서 “오늘 일을 구하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했다. 한국인 이모(61) 씨는 “한족들이 일당 4만원으로 일을 하니 목수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은 일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추위에도 일찍 나왔는데 허탕을 치니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현장에는 1/3 넘는 사람들이 남았다. 추운 날은 인력을 구하러 늦게 오는 업체들도 있고, 인력이 펑크나는 경우도 상당한 탓이다.

오전 6시 15분께. 자원봉사자들이 남구로역 4번출구 앞에 설치돼 있던 히터 두 대를 철수했다.

청량리 청과물시장도 추위에 떨었다. 상인들은 주로 가게 안에서 체조를 하거나 난로 앞에 웅크리며 추위를 이기고 있었다. 대부분 상인들은 추위 탓에 평소보다 늦게 현장에 나왔다고 했다. 상인 정모(46) 씨는 “원래 오전 2시에 나오는데 오늘은 오전 3시에 나왔다”면서 “중무장하고 물건을 나르는 도매상들은 조금 괜찮은데, 오전 9시부터 영업하는 소매상들은 추위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상인 오기섭(44) 씨도 “오전 2시에 나왔는데, 추위에 뼈마디가 시린 것 같다”면서 “오전 10시까지 있다가 철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성우 기자/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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