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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끝나면 무법천지 ‘고3 교실’…가짜 체험학습 판친다
[사진=연합뉴스]

-고3 “등교 싫다” 가짜 체험학습 신청
-학부모ㆍ교사는 알면서도 속수무책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종일 자습 아니면 영화…지루한 학교, 거짓말 해서라도 안 갈래요”

수능이 끝난 고3 교실이 뚜렷한 교육목표 없이 시간만 때우는 곳으로 전락하면서 등교를 피하기 위한 가짜 ‘체험학습’이 판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은 “학교 가도 할 것도 없다”며 등교를 꺼리고 교사들도 “수능이 끝난 아이들은 교육적 프로그램엔 관심조차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현장체험학습은 학교장 허가로 교외 체험학습을 수업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학생 당 20일 이내로 사용할 수 있는데, 대부분을 아껴뒀다가 수능 이후 등교하지 않는 데 사용한다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은 가짜 현장체험학습을 지어내는 이유는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무가치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능 이후 많은 학교들이 뚜렷한 프로그램 없이 영화를 틀어주거나 자습 시간을 주고 있어 등교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항변이다. 수능 이후 고3학생들은 수험생 커뮤니티를 통해 현장체험학습 사유로 쉽게 이용할만한 내용을 서로 추천하고 공유하는 모습도 보인다.
학생들에 따르면 현장체험학습 인정 기준은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다. 원래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무분별한 현장체험학습을 독려하는 곳도 있다.

고교생 B(19) 군은 “재학중인 학교에서는 일주일 전에 반드시 허락을 받도록 하고, 현장체험 학습 후 동반한 부모님과의 사진을 제출하게끔 한다”며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보호자를 대동하지 않는 현장체험학습을 인정받기 어려워 가짜 체험학습 신청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반면 주먹구구식으로 현장체험학습을 인정해주는 학교도 많았다. ‘지방 소도시를 방문해 맛집 탐방을 했다’는 사유, ‘친척집을 방문해 소원했던 가족 사이를 단단히 하고 왔다’는 사유 등 두루뭉술하고 뚜렷한 활동내역 없는 현장체험학습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학부모들은 “이럴거면 차라리 방학을 하라”며 4분기 등록금이 아깝다는 불만을 내비치기도 한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9) 씨 역시 최근 자녀가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하겠다고나서 곤욕을 치렀다. 김 씨는 ”친척집만 갔다와도 가족간 우애를 다지고 왔다고 설명하면 된다더라”며 “학교에 거짓말하고 친구들과 여행갈 생각에 부푼 아이를 말리느라 혼났다”고 말했다. 여건만 된다면 아이를 데리고 제대로 현장체험학습을 떠나고 싶지만 맞벌이 가정인 김 씨네 집에선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입시에서 해방된 아이들이 방탕해지고 싶어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학교에서 영화나 틀어주고 방치해선 되겠냐고 지적한다. 4분기 수업료를 내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는데 급식을 주는 것 외엔 제대로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학부모의 바람과 달리 교육현장에선 피치못할 현실이란 의견이 나온다. “결석으로 처리하면 아이들에게 손해이니 ‘결석 명목’을 만들어주기 위해 눈감는 것”이란 설명이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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