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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 통신국사 화재] “급한김에 일단 외상으로”…통신 먹통에 자영업자 분통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 한 가게 앞에 전날 KT아현국사 화재로 발생한 통신 장애로 카드결제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사흘째 현금 장사만” 매출 격감
주민들 “원시시대 같았던 주말”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임모(23) 씨는 지난 주말 KT 아현지사 화재로 편의점의 인터넷이 먹통되면서 장부를 꺼내들었다. 카드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을 붙잡기 위해 외상으로 물건을 판 것. 장사를 하기 위한 편의점주의 고육지책이었다.

임 씨는 “어제 뒤늦게 카드 단말기가 겨우 복구됐지만, 카드가 안되는 동안 사장님이 외상으로라도 물건을 팔라고 하셨다”며 “편의점 알바 6개월 만에 외상 장부를 써보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오전에도 손님들이 다들 불안한지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카드되냐고 묻는다”고 덧붙엿다.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가 발생한지 사흘이 지났지만 통신과 인터넷이 마비된 인근 지역에선 통신 대란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26일 KT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인터넷은 약 21만5000명의 가입자 가운데 98%, 무선 2833개 기지국 가운데 80%가 복구됐다. 전날 오후에 비해 각각 1%, 17% 올라간 수치다. KT는 인터넷과 무선 통신을 완전 복구하는데 약 일주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주말 세상과 거의 단절 상태로 살았던 인근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아현동 인근에 사는 A(29) 씨는 “주말에 갑자기 집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먹통이 돼 황당하고 원시시대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난다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니 무섭다”고 덧붙였다.

인근 지역 자영업자들도 지난 주말 영업에 큰 차질을 빚으면서 울상이다. 인터넷과 전화 통신이 복구되지 않은 일부 카페나 식당에선 사흘째 매출에 커다란 타격을 입고 있다.

아직 카드결제가 안된다는 마포구의 한 카페 점주는 “사흘째 현금 장사밖에 못해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며 “빵처럼 유효기간이 있는 음식은 팔지도 못하고 폐기처분하고 있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점주도 “토요일에 결제가 갑자기 안돼서 손님들이 ATM기로 현금을 뽑아 결제했다”며 “이들에게는 결제액에서 1000원씩 빼주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내키지 않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 장사가 평소보다 30%나 떨어졌는데 이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용산구의 한 식당 주인도 “손님이 올 때마다 카드가 안된다고 하니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도 많았다”며 “이번 사태로 피해가 막심한데 어떻게 보상받을 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KT 보상안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포구에서 바를 운영하는 B(36) 씨는 “영업 특성상 주말 장사가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데 지난 주말 날벼락을 맞았다. 통신비 한 달 치만 준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KT는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인해 통신장애 피해를 본 고객에게 1개월치 요금을 감면해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드결제 차질과 전산망 마비 등으로 영업에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KT망을 사용하는 경찰 통신망에도 일부 장애가 발생했지만 대부분 복구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지구대ㆍ파출소 등 7곳의 일반전화와 경비전화가 여전히 먹통이다. 지난 주말 서대문경찰서와 용산경찰서 등 일선 본서의 통신 장애는 모두 복구됐다. 일시적으로 불통이었던 112통신시스템은 모두 정상화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지구대와 파출소 전화가 복구가 되지 않았지만 112시스템은 문제없이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의료진 간 호출이 먹통이 되면서 병원 안내 방송으로 의사를 불러야 했던 신촌 세브란스병원도 현재 모든 통신이 복구돼 병원 운영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내부 유선통화, 핸드전화, 외부예약통화 등 모두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김유진 기자/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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