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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청도 주52시간 고민해보라”고? 일선에선 “허황된 꿈”이라 말한다
서울시 PC 셧다운제 제외 신청서. 본부 단위의 신청서로 문서 한 장에만 80명을 PC 셧다운제 제외 신청자로 명시하고 있다. [제공=서울시]

박시장 3선 임기 시작때 지시
정책규제도 무용지물 다반사
문화부터 바뀌어야 변화가능


“주 52시간 근무를 공무원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라.”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 임기와 함께 호기롭게 건넨 지시지만 실현에는 갈 길이 멀어보인다. 일이 많아 야근을 밥 먹듯 하는 격무ㆍ기피 부서의 근무시간을 정상화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이들 부서를 중심으로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다보니, 공무원의 ‘일할 맛’을 위해서는 이제라도 방향부터 재설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서울시가 지난해 11~12월 시 공무원 1만171명(응답 987명)을 대상으로 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격무ㆍ기피부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공무원이 판단하는 격무ㆍ기피부서는 예산담당관(8.9%), 교통정책과(6.6%), 장애인복지정책과(4.6%) 등이다.

지난달 예산담당관 공무원이 평일과 휴일 구분없이 평균 76.4시간 야근을 한 것 외에 교통정책과 공무원 53명도 평균 40.1시간, 장애인복지정책과 공무원 22명도 평균 47.2시간 초과근무를 했다. 박 시장의 지시 이후 지난해보다는 일부 나아지긴 했다. 또 지난달은 서울시 공무원이 가장 바쁜 국정감사 기간이 있던 때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중앙부처 22곳 일반 공무원의 한 달 평균 초과근무 시간(22.1시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큰 격차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국정감사 준비 등이 시작되는 8~10월이 되면 정시 퇴근자를 비정상으로 본다”며 “올해는 박 시장의 말도 있던만큼 시선이 달라지길 바랐으나 허황된 꿈일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이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 필요성을 강조한 몇몇 정책도 현장에선 무용지물로 변할 때가 있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금요일 PC 셧다운제(일정 시간이 되면 업무용 컴퓨터 전원을 끄는 것)가 있다. 사유서를 쓰면 대상에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게는 실ㆍ국ㆍ본부 단위로 수십명이 동시에 제외 신청서를 낼 때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박 시장은 ‘주 52시간 근무’를 강조하며 PC 셧다운제를 수요일로 확대하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순 통제 방식으론 온갖 외부환경에 시달리는 공무원 조직 특성상 주 52시간 실현은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상급자가 높은 근무평정을 준 일부만 승진 기회가 주어지는 등 경쟁이 치열한 서울시에서 (주 52시간 근무는)실현된다 해도 형식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위계질서가 강한 서울시 특성상 억지로 주 52시간을 맞추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다만 박 시장이 주 52시간 근무 준비를 직접 지시했음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상당 부서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말의 기대감도 접은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박 시장이 이제라도 규제 대신 문화부터 바꾸는 데 집중해야한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아직도 간부 상당수는 회의자료 정리, 예상질문 작성 등 무수한 허드렛일을 6급 이하 주무관들에게 미룬다”며 “기껏 만들어서 가면 온갖 트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예삿일로, 이런 불합리한 일부터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예산담당관 등 격무ㆍ기피 공무원은 고생을 인정받아 승진도 빨리 이뤄지곤 했다”며 “하지만 요즘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말로 이런 이점도 많이 옅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등도 좋지만, 힘들게 일한 이에게는 제대로 된 특혜를 주는 시스템을 보완하면 근무시간 단축 등 보여주기식 규제에 집중하지 않아도 공무원이 (박 시장을)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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