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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시간 동안 고작 3명만 썼는데…KT화재로 공중전화 잠시나마 ‘귀한몸’
[헤럴드경제]KT 아현지사 화재는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세상의 모습들이 부각되는 현상도 낳았다. 이동전화, 문자, 메신저 등 무선 세상의 모든 것이 단절됐을 때 사람들이 몰려갔던 공중전화가 대표적이다. 통화를 하려고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줄을 서거나 부스까지 갔는데 정작 현금이 없어 통화를 못하는 등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간 공중전화는 사실상 잊혀지다시피한 시설이었다. 국민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소유한 현실에서 공중전화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사용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헤럴드경제가 지난 9월말 12시간 동안 공중전화 사용 현황을 관찰한 적이 있었다.

오전 8시 한양대역부터 시작했다. 공중전화를 운영하는 KT링커스를 통해 통화량 많은 공중전화로 꼽힌 곳이다. 낮 12시까지 아무도 이용하지 않았다. 
<사진>성동우체국 앞 공중전화. KT링커스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병원, 역사, 카지노 등을 제외하면 이곳 공중전화 사용량이 가장 많다. [헤럴드경제DB]

7월 공중전화 통화료가 7만6000원을 기록한 성동우체국 앞 공중전화로 이동했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무려 한 달에 543명, 하루에 18.1명꼴이다.

오후 2시 30분. 취재를 시작한 지 6시간 30분 만에 첫 공중전화 이용자를 만났다. 방영환(62) 씨는 “보통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는데 급할 땐 공중전화를 쓴다”고 했다.

오후 4시 번째 사람을 만났다. 짐수레를 끌던 40대 남성. 허겁지겁 공중전화 부스로 오더니 짧게 통화하곤 나왔다. 이날 집에 전화를 놓고 나왔는데 급게 전화할 일이 생겨 공중전화를 이용했다고 했다.

오후 6시 저녁이 돼서야 세번째 이용객을 만났다. 이번엔 외국인이었다. 중국 요녕성 심양에서 왔다는 이춘범(49) 씨와 그의 조카. 이 씨는 “공항에서 유심칩을 사서 껴서 데이터를 사용할 순 있지만 전화가 안 된다. 중국 가족에게 전화 걸 때 공중전화를 이용했다”고 했다.

오후 8시. 취재를 시작한지 12시간째. 더는 이용객을 만날 수 없었다. 12시간 동안 3명을 만났다. 불과 두달 전 이야기다.

현재 공중전화는 전국에 5만3000여대가 있다. 1999년에 15만3000여대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2010년 8만8000여대, 2015년 6만9000여대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중요성을 잊고 살아왔지만 이번 KT 아현지사 화재로 매우 뜸했던 공중전화 부스에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공중전화는 잠시나마 그렇게 귀한몸이 됐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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