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가 학부 재학생을 대상으로 총여학생회 폐지를 안건으로 한 투표를 진행한 21일 서울 중구 교내 경영관에서 열린 여학생총회에서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최근 서울 대학가의 총여학생회(총여)가 잇따라 폐지되면서 총여가 사실상 전멸 수순을 밟고 있다.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동국대는 지난 21일 학생 총투표를 통해 총여 폐지를 가결했다. 사흘간 치러진 투표에서 실 투표 7036표 중 찬성은 75.94%에 달했다.
앞서 성균관대도 지난달 학생 투표로 총여학생회 폐지를 결정했다. 한양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은 총여학생회가 명목상 존재하지만 장기간 공석인 상태다. 동국대 총여가 폐지됨에 따라 사실상 서울 대학가에 총여가 모두 사라진 셈이다.
국내 총여는 애초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를 시작으로 2000년대까지 최고 30개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나 학생들과 무관심과 각종 논란이 이어지면서 총여는 점점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총여 대신 다른 기관을 설치했고 건국대, 홍익대 등 차례로 총여 문을 닫았다. 나머지도 대부분 입후보자가 없어 공석이 이어졌다. 동국대의 총여 폐지 투표도 당초 입후보자가 없는 상황에서 폐지 요구가 잇따르면서 이뤄졌다.
이같은 총여 폐지 수순에 대해 일각에선 최근 커지고 있는 페미니즘 현상에 대한 ‘백래시’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세대 총여의 경우 지난 5월 한 페미니스트 작가의 강연을 추진하자 이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열렸다. 이 사태로 연세대는 결국 총여를 재개편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여총은 폐지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한양대에선 총여학생회장 후보가 SNS상에서 성희롱 댓글에 시달리는 등 사이버 폭력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여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국대 총여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반발하며 조만간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여 회원 200여 명은 투표 당일 총회에서 폐지에 반대하는 ‘총여학생회의 자주성에 관한 안’을 의결하며 “학내에 아직 성차별이 만연하고, 총여학생회가 성평등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만큼 총투표로 폐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의 제기는 총학생회 정회원 300명이 연서명에 참여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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