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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비뚤어진 어른들
지난 주말인 10일 오후, 서울 태평로 광화문 광장 일대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민주노총 회원들 수만명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그들이 타고온 버스는 집회가 끝날 때까지 인근 도로에 주차됐고, 왕복 12차선 도로를 점거한 이들 때문에 몇몇 시내버스는 아예 운행을 중단해야 했다.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려 가까운 지하철 역으로 걸어갔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를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라고 불렀다. 안타까운 것은 ‘전태일 열사’가 지금의 민주노총의 행동을 봤다면 땅을 치며 통곡했을 것 같은 장면이 많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일자리 감소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10% 이상씩 최저임금을 인상했고, 장시간 노동 해결을 위한 과제였던 주 52시간 노동법 개정을 완성했다. 애초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노동 환경과 장시간 노동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했음을 부인키는 어렵다. 자신들의 요구가 100% 충족되지 않는다고 대규모 집단 시위를 하는 민주노총의 행동은 여론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 민노총은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22일 출범함에도, 직전날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대화는 없다’를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다.

여기 또 한무리의 비뚤어진 어른들도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한유총)이다. 이들은 ‘유치원 3법’ 통과를 가로막으면서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사립유치원 회계관리시스템 사용 의무화, 유치원 설립자의 원장 겸직 금지, 학교급식 대상에 유치원 포함 등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관련 법 내용의 골자다. 한유총은 국회를 압박하는 방법을 잘 안다. 법사위 국회의원들에게 법안 수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사유 재산권 침해’라는 논리를 대고 있다. 국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음에도 회계감사를 받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엉뚱하다. 유치원은 현행 법에 ‘사립학교’로 규정돼 있다. 정부 지원을 받을 때는 ‘공교육 기관’이 됐다가, 회계감사에선 ‘사유재산’이란 주장은 비뚤어진 어른들의 자화상이다.

한유총의 오랜 후원금을 받아오던 일부 국회의원들은 법안 통과를 주저하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한유총을 비호하는 발언이나 의정활동을 한 국회의원 명단을 격일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한유총이나 사립유치원과 관련된 발언 혹은 의정활동을 한 의원들을 모니터링 했고,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을 첫 이름으로 올렸다. 시민들이 국회를 심판하겠다면서 직접 나선 것이다.

민주노총과 한유총은 이미 거대 ‘이익집단’이 됐다. 도로를 점거한 민주노총과 국회의원들을 압박해 법안 통과를 막는 그들의 행태는 공감 받기 힘들다. ‘약자는 선하다’는 인식은 옛날말이다. 오죽하면 대우차 노조위원 출신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마저 한국지엠 노조를 향해 “나도 방법이 없다”며 친정을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지난 7월 발생한 지엠 노조의 사장 감금 사건을 거론하며 “사장 감금은 미국에선 테러다. 지금 민주노총 등은 대화를 해서 뭐가 되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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