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박스 논란’을 촉발시킨 홍준표 전 대표의 SNS 글 캡처]

[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홍준표 전 대표의 ‘귤박스 논란’이 되레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를 다시 들춰내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로 보내준 송이버섯 답례로 제주도산 귤 200톤을 선물로 보낸 것과 관련 홍준표 전 대표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리면서 논란에 불길을 당겼다.

홍 대표는 당시 이 글에서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 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냐”라고 뭔가 의혹 제기를 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과거 북한에 송금한 전력까지도 꺼내면서 ‘귤 상자 속에는 귤 말고 다른 것도 있지 않겠냐’는 말을 에둘러 표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을 제외한 같은 야당에서 홍 전 대표의 발언과 관련 잇따라 문제 제기에 나섰다.
JTBC 뉴스룸 ‘비하인드 코너’가 전한 바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에서는 11일 논평을 내고 ‘혹시 검은 돈이 들어 있겠냐. 또는 귤상자에 그러면 사과가 들어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과일 대신, 엉뚱한 물건을 과일 상자에 담는 일이야 자유한국당 전문일지 모르지만….”이라고 꼬집었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앞서 이정미 대표는 좀 더 적나라하게 홍 전 대표를 겨냥 “사과박스부터 시작해 과일 대신 엉뚱한 물건을 과일상자에 담는 일이야 한국당이 전문일지 모르지만 괜한 시비 걸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뭐 하신 분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는데”라며 홍 전 의원의 의혹제기에 대해 반박했다.

홍 전 대표에 의해 촉발된 ‘귤상자 논란’은 한국당으로서는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한나라당=차떼기당’이라는 공식을 끄집어내며 부메랑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떼기 사건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의 가장 강력한 대권후보였던 이회창 후보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가 대기업들에게 대선자금 지원을 요청해 수백억 원의 현금을 사과상자에 담아 실은 트럭을 통째로 전달 받는 수법으로 총 840억 원이 넘는 불법정치자금을 모금한 사건을 이르는 말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대국민적 비난을 받았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당사를 천막으로 옮기는 등 절치부심해야 했다.

홍 전 대표의 신중치 못한 발언 하나로 당의 존재 차체를 흔들던 ‘차떼기당’이라는 나쁜 기억이 지금의 한국당에게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이는 가득이나 당내 분란(?)으로 개혁 드라이브에 차질이 걸린 한국당으로서는 또 하나의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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