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병원 인증평가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 3700여명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10일 오후 5시40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본인을 3년차 간호사로 소개한 이가 올린 ‘불합리, 불편, 비효율 병원인증평가 즉각 개선을 요청합니다’란 청원에 3726명이 서명했다. 지난 2일 게시된 후 불과 1주일여 만이다.
청원자는 “간호사는 병원 인증평가에 맞춰 임신하고, 휴직하고, 사직한다”며 “환자를 위한 병원을 만드려면 인증 기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 수를 먼저 늘리고, 신규간호사를 양성하는 시간부터 늘려야 할 때”라며 “제발 선진국 (운영 모습을 보고) 국내 병원의 현황을 파악해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우리나라 병원은 문제 투성이라 인증평가를 할 자격조차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청원 글에 따르면, 청원자의 병원이 인증평가가 다가올 때 처음 한 일은 병원 내 테이프 자국 떼기, 예쁜 이름표 만들기 등이었다. 주사기, 주사바늘 등 종류별로 정리한 서랍도 깨끗이 비웠다. 이 밖에 온갖 ‘보여주기성’ 일을 하며 힘을 빼는 게 현실이라는 게 청원자의 이야기다. 일단 겉모습을 깨끗히 해 인증평가단의 트집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원자는 “인증평가 규정도 매번 새롭고 창의적이게 바뀐다”며 “힘들고 불편히 일하면 환자가 더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환자를 돌보느라 쓴 기운을 다시 충전할 새 없이 환경정리를 하는 현실”이라며 “환자도 불쌍하다. 아파서 보살핌을 받으려고 입원했는데 간호사가 먼저 지쳐 한숨을 내쉬고 있으니 마음 편히 무엇을 부탁하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간호사 대 환자 수로 병원 등급을 정하면 간호사는 높은 등급을 위해 쉬어가며 교대로 일도 못한다”며 “지금도 병원은 지금 병원은 간호사가 지쳐 그만두면 신규 간호사가 오고, 이들이 한 달을 어깨너머로 배워 독립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청원자는 “간호사가 먼저 온갖 스트레스로 건강을 위협받으면 환자 안전은 누가 지켜주느냐”며 “보건의료인의 복지도 챙겨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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