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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X-파일②] 심리전 능하고 절박함 악용 ‘보이스피싱의 진화’…그들은 전문가였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은 2014년 2만2205건에서 2015년 1만8549건, 2016년 1만7040건으로 감소했다가 2017년 2만4259건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도 1만6338건이 발생했다. [제공=연합뉴스]
-하루 평균 116명, 10억원가량 보이스피싱 당해
-인적사항ㆍ경제적 상황 알고 접근…언변으로 현혹
-전문가들 “금융감독은 돈 요구 절대 안한다” 강조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설마 내가 보이스피싱에 속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은 보이스피싱을 막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경찰, 검사 수사기관 종사자뿐만 아니라 의사, 변호사, 일반 회사원 등 다양했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범은 절박한 상황을 파악해 갖가지 심리전을 펼치는 등 그 수법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은 2014년 2만2205건에서 2015년 1만8549건, 2016년 1만7040건으로 감소했다가 2017년 2만4259건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도 1만6338건이 발생했다. 8월 기준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633억원으로 2017년 한 해 피해액인 2431억원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피해자는 3만명으로 지난해 연간 기준 3만1000명과 비슷한 수준에 달했다. 하루 평균 116명이 10억원가량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보이스피싱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까닭은 그들의 수법이 그만큼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피해자의 직업 등 인적사항은 물론 주변 인물, 계좌 개설 일자까지 꿰고 있다. 피해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어려운 법률 용어와 처벌 가능성을 들이댄다. 돈이 급한 저신용자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을 권유하고 전문직 종사자에게는 관련 지식을 제공하는 등 사람마다 공략법을 달리한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범들이 심리전을 통해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데 특화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뿐만 아니라 본래 사기범들은 ‘마음을 훔치는 사람’들이다. 이중에서도 보이스피싱범들은 전화만으로도 피해자의 상황과 마음 상태를 금방 파악하고 이를 악용하는 전문가들”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본래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는 성향을 갖고 있는데 절박한 상황에 처하면 이러한 경향이 극대화 된다. 이러한 심리를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보이스피싱범에게 여러 번 돈을 입금하는 심리에 대해서는 일종의 ‘도박 심리’라는 분석이 나왔다. 공정식 한국심리과학센터 교수는 “대출을 받기 위해서 일종의 투자금을 낸 사람들이 이마저도 받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 계속해서 돈을 입금하는 것은 도박사의 심리와 유사하다”며 “상황이 어렵고 절박할 수록 이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에 더욱 집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설명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진술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지난 10월 한달 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14번에 걸쳐 약 2000만원을 입금한 피해자 윤진만(가명ㆍ52) 씨는 “이미 대출을 위해 여러번 돈을 입금하다 보니 이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그들 말을 따라주면서 돈을 받아내는 방법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보내기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한번이라도 물어보거나 은행직원에 조언을 구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을 사칭한 이들에게 돈을 보내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해외에서 콜센터를 차리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추적이 어렵다”면서 “경찰이 무능하다고 손가락질을 받아도 좋으니, 그만큼 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어떠한 이유로든 낯선 이에게 돈을 보내거나 통장을 빌려주지 말아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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