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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한복판 ‘중앙아시아거리’ 아시나요?
광희동에 러·중앙아시아인 밀집
90년대 상인들 터잡고 문화 형성
강남·서초-미국인…용산-일본인
거주 외국인, 지역별 분포차 뚜렷


지난 6일 찾은 서울 중구 광희동은 이국적인 분위기로 다가왔다. 탁 트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아울렛 사이 골목길 안 점포들은 러시아어 등 생소한 언어가 가득 담긴 간판으로 꾸며졌다. 대부분 중앙아시아 음식점과 환전소, 부동산업소 등이었다. 움직이는 내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들이 귓등을 때렸다.

서울 중구가 러시아인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인의 집결지로 굳어지고 있다. 또 미국인은 강남ㆍ서초구, 일본인은 용산구, 대만인은 서대문구 등 서울 거주 외국인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이 국적별로 선명히 구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서울 거주 외국인은 모두 33만5167명이다. 2012년 24만7108명, 2014년 26만6360명 등 계속 느는 추세다.

전체 러시아인(한국계 포함) 2353명 중 24.2%(570명)가 중구에 거주한다. 중앙아시아인 4568명 가운데 19.6%(896명)도 중구에 터를 잡았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인은 2549명 27.9%(712명)가 둥지를 틀었다. 카자흐스탄ㆍ키르기스탄 등 국적의 주민 밀집도도 높다.

중구에 사는 이들 1세대는 1990년대 초 자리잡은 러시아ㆍ중앙아시아 상인이다. 몇몇이 광희동에 있는 지하철 2ㆍ4ㆍ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일대에 살림을 차리면서 점차 문화권이 형성됐다. 주변 길은 ‘중앙아시아 거리’라는 이름도 붙었다. 중구에 따르면, 이 일대에만 러시아ㆍ중앙아시아 특화 음식점과 무역중개업체 등 150여곳이 몰려있다.

중구는 이런 지역 특성을 살려 지난해 10월에는 광희동에서 ‘제1회 실크로드 거리축제’도 개최했다. 공연과 퍼레이드를 통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나라들의 의식주 문화를 공유ㆍ체험하는 행사였다.

중구가 러시아ㆍ중앙아시아인 집결지라면 강남ㆍ서초구는 미국인의 밀집지역이다. 전체 미국인 2만1956명 중 23.4%(5150명)가 대기업이 몰린 강남ㆍ서초구에서 살고 있다. 특히 강남구 역삼ㆍ청담동을 선호했다. 16.0%(3525명)는 이태원과 용산미군기지가 있는 용산구에 거주한다. 일본인은 5918명 중 17.4%(1034명)가 용산구에 살았으며, 주로 이촌ㆍ한강로동 등에 터를 잡은 상태였다. 대만인은 6436명 가운데 26.8%(1728명)가 서대문구에 둥지를 틀었다.

서울 거주 중국인(한국계 포함)은 모두 23만7899명이다. 이들은 영등포구 18.9%(4만5073명), 구로구 16.1%(3만8434명), 금천구 9.8%(2만3478명) 등 44.9%(10만6985명)가 자치구 3곳에서 살고 있다. 밀집도는 영등포구 대림ㆍ도림동, 구로구 구로동 등에서 높은 편이었다.

서울에 사는 외국인 중 베트남인도 1만10명에 이를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다. 숫자로만 보면 중국ㆍ미국인 다음으로 많다. 거주 비율은 동대문구 8.7%(880명)가 가장 높고 서초구가 0.9%(92명)로 가장 적었다. 다만 대부분 자치구에서 300~600명씩 사는 등 집결도는 다른 나라보다 확연히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생활지원단체 관계자는 “지역별 분포 차이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밀집이 심화될 지역을 유심히 살펴봐야 할 때”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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