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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임석훈 대한민국비상계획관협회 기획이사·SK가스 비상계획관] 한반도 탈냉전과 軍
30여년 군복무와 전역 후 여전히 국가안보와 관련된 비상계획관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자유로운 복장과 두발, 그리고 24시간 대기해야 했던 긴장감에서 벗어난 일상이 새롭다.

최근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9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의 국무회의 비준이 무효라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일부 전역 군인들은 군사대비태세 약화를 이유로 군사분야 합의서 자체를 부정하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남북간 합의가 잘 진행된다면 과거와 같은 북한의 침략과 도발에 대비한 군사대비태세를 과도하게 유지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올해 들어 시작한 한반도 탈냉전의 변화는 매우 괄목할만하다. 올해 들어 단 한 번도 북한의 핵ㆍ탄도미사일 실험으로 상황대기해야 하는 개인적 수고도 없었다. 더디긴 하지만 남북ㆍ북미정상회담 등으로 한발 한발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나아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군사이론은 학문적으로 현실주의 범주에 포함된다. 국제정치학에서 현실주의는 각국의 국가이익 추구가 전형적인 ‘제로섬(Zero-sum) 게임’으로, 헤게모니를 쥔 강대국이 모든 것을 차지한다는 가정을 기초로 한다. 현실주의와 대척점에 있는 자유주의는 각국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상호의존성을 강화하면 독점이 사라지고 상호이익을 보장하고 증대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탈냉전 이후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가 내세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추구가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클린턴은 한반도를 마지막 남은 냉전분단국으로 보고 방북을 통한 냉전구도 해체를 시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 시기 미군은 소연방 해체 이후 상당기간 적이 없던 시절이었다. 군비 축소와 국방예산 감축은 당연한 것으로 미군은 ‘작고도 강한 군대’로 거듭나기 위해 ‘군사혁신’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한반도 냉전구도 해체 이후 군과 안보관련 업종의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 군도 마찬가지다. 군인은 현실주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적과 싸워 이기는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배워왔고, 실천하도록 훈련된 사람들이다. 자유주의적 발상으로 적에게 틈을 보인다면 자칫 국토방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느낄 개연성이 크다. 사실 트로이 목마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체임벌린 영국 수상의 대독 평화외교, 베트남전쟁과 파리협정 등 평화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가 가져온 전쟁과 패배는 전쟁사적 교훈으로 남아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또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라며 전쟁과 군사업무가 정치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군사전략과 정책은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과 안보정책에 수렴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수행할 주체인 군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통해 기존의 신념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쟁이나 마지막 냉전분단국으로서 암울한 역사를 반복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보다 현실감 있고 장기적인 비전으로 안보정책을 수행하는 주체들에게 확신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이들에게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은 과거의 적을 친구로, 축적된 불신을 믿음으로 바꿔야 하는 엄청난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는 크던 작던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거쳐야 할 과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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