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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 메세나를 키우자 ②]수익 80% 재투자…발렌베리 가문은 ‘젊은 연구자의 요람’
발렌베리 그룹은 재단을 통해 이익의 80%를 기초과학, 연구개발 등 사회공헌에 투자하고 있으며, 발렌베리 재단은 젊은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발렌베리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발렌베리 아카데미의 미아 필립슨 박사가 면역체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제공=발렌베리 재단]
일렉트로룩스 등 보유한 명문재벌
재단이 그룹 지배 ‘투명하게 운영’

기초과학 등 투자 ‘사회공헌활동’
AI 연구개발 등 1000명 투자 육성
스웨덴 사회 160여년 존경의 대상


[스톡홀름(스웨덴)=정윤희 기자] 북유럽에는 160여년 동안 번영을 누리고 있는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이 있다.

발렌베리는 일렉트로룩스, SAAB, 에릭슨, ABB, SEB뱅크 등 글로벌 유수 기업을 보유한 유럽의 명문 재벌이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 가까이를 발렌베리가 차지하고 있는 등 외견만 보면 국내 재벌그룹과 흡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롤모델로 여긴 것으로도 유명키도 하다.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사회에서 존경의 대상이다.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국내 재벌과 다른 점이다. 이는 단순한 그룹 지배구조와 투명한 경영방식, 적극적인 사회공헌에서 기인한다.

발렌베리 그룹은 그 정점에 발렌베리 재단이 존재하고, 재단이 주간지주사인 인베스터(Investor AB), 자산운용회사 FAM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14개의 핵심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투자기업은 130개에 달한다. 발렌베리 가문의 일원이라고 해도 개인이 소유한 지분은 없으며, 모두 재단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은 스웨덴 정부와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국민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

발렌베리 그룹 이익금의 80%는 모두 발렌베리 재단으로 보내지며, 나머지 20%만 사업을 위해 재투자된다. 재단으로 보내진 80%의 수익은 기초과학을 포함한 과학기술, 연구개발, 대학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에 쓰인다. 발렌베리 가문이 연구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액수만 매년 22억 스웨덴 크로나(약 2700억원)에 달한다.

발렌베리 그룹은 이러한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총 16개의 다양한 재단을 설립했고, 이중 가장 크고 오래된 크누트 앤 앨리스 발렌베리재단이 지난해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현재 크누트 앤 앨리스 재단이 운용하는 금액만 250억 스웨덴 크로나(약 3조2000억원) 수준이다.

특히, 젊은 연구자를 길러내기 위한 프로젝트에 힘을 쏟고 있다.

재단 설립 초기에는 대학을 중심으로 기술개발, 시설 투자, 연구자 지원 등을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1000명에 달하는 개별 연구자를 중심으로 투자 및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연구개발 ▷퀀텀 테크놀로지 기술 개발 ▷젊은 연구자 육성을 위한 프로젝트 ▷코텐버그, 말뫼, 스톡홀름, 우메오 4개 지역에 체험센터(experience centre)를 운영 중이다. 


피터 발렌베리 주니어 발렌베리 재단 이사장은 “우리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스웨덴의 발전을 위해 모든 일을 하고 있다”며 “기초과학은 스웨덴의 모든 연구개발 분야의 기본이며, 좋은 연구자들을 발굴하는 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문의 5대째인 피터 발렌베리 발렌베리재단 이사장은 형 야콥 발렌베리 인베스터 회장, 사촌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뱅크 회장과 함께 그룹의 ‘쓰리톱’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면, 자랑하고 싶을 만도 한데 발렌베리는 다르다. 발렌베리 가문의 모토는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Esse, non videri)’이다.

이 모토는 재단과 그룹의 첫 인상에서부터 잘 드러났다.

기자가 방문한 발렌베리재단의 사무실은 스톡홀름 시내 중심 왕의 정원(Kungstrdgrden) 근처, 평범한 북유럽 스타일의 건물 내에 위치했다. 이곳은 발렌베리재단 뿐만 아니라 인베스터, FAM 등 발렌베리그룹의 핵심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지만, 눈에 띄는 간판이나 표식도 없다. 구글맵으로 건물을 찾아간 기자조차 처음에는 그냥 지나칠 정도였다.

피터 발렌베리 이사장은 “사실 소셜미디어 등이 확산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드러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어렵다”며 “우리는 숨어있지 않으며, 발렌베리가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재단을 운영하며, 어떠한 곳에 투자하는지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

[취재지원=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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