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원장들 꿀꺽한 돈 다 뱉어내야”…‘비리 사립유치원’ 학부모 분노
박용진 의원 국감서 공개 ‘후폭풍’
1878개 사립유치원 5951건 비리적발
전체 감사결과 공개 청원만 수십건
교육부 “국공립 감사자료도 공개”


“원장들이 멋대로 꿀꺽한 돈, 다 뱉어내야 합니다. 당장 우리 아이 보낼 곳 없더라도 일벌백계 해야죠.”

박용진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일명 ‘비리 사립유치원’ 리스트의 후폭풍이 점입가경이다. 사립유치원에서 적발된 비리가 6000건 가까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도 제대로 조사하는 목소리에 교육부도 후속대책 마련에 나섰다.

앞서 박 의원은 전국 17개 시ㆍ도 교육청의 2013∼2017년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했다. 총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적발된 비리가 5951건이다.

적발된 유치원들은 교직원 복지 적립금 명목으로 개인 계좌에 돈을 부당하게 적립하거나 교육업체와 손잡고 공급가보다 높은 대금을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교비를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명단 공개 이후 학부모들의 분노는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5일까지 사립유치원 비리를 철저히 조사하고, 전체 감사결과를 공개해달라는 청원만 수십 건이다. 유치원 뿐 아니라 어린이집에도 비리가 없는지 철저히 파헤쳐 달라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아이가 문제의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고 소개한 한 청원인은 “소식을 접하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있다”며 “당장 유치원이 문닫으면 아이들 보낼 곳 없다해도 원장들이 멋대로 빼돌린 돈 모두 환수하고 벌금도 물려야 한다. 지원금이 가정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받는 불합리한 처우 역시도 이번 파문 속에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방과후 특강 교육비, 급식비 이중장부 등 편법을 동원해 친정 할머니까지 직원으로 올려 놓고 돈을 챙겨주는 유치원도 있다”며 “그렇게 새는 돈은 교사들 여러명을 해고하고, 경력에 못미치는 저임금으로 틀어막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치원 원장 비리가 교사들의 복지를 하락시키고 교육의 질까지 망가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직 유치원 교사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200명이 넘는 아이들과 교사들이 닭 3마리로 우린 국물에 닭곰탕을 먹는다”며 “지금의 감사시스템으로는 비리 유치원을 제대로 적발할 수 없다. 제대로 된 감사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학부모의 불안과 실망감은 인터넷 커뮤니티 ‘맘 카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비리 유치원에 대한 정보는 물론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인터넷 주소를 공유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투명하지 못한 회계 관리 때문에 유치원에서 비리가 벌어졌다고 보고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가 유치원 입학 예정이라는 한 학부모는 맘카페 자유 게시판을 통해 “너무 화가 난다. 이런 사람들이 다시는 유치원을 차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맘 카페 다른 회원은 “유치원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올라가면 학부모부담금이 내려가야하지만 각종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더 내라고 했다”면서 “정부에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적발된 비리 유치원 학부모라는 한 회원도 “너무 화가 나지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당장 안보낼 수도 없고 난감하다”며 “유치원이 자체적으로 감사를 못 하면 정부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유치원 30곳에 야채, 과일 등을 납품하는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 한 게시자는 “비리 유치원 사태가 터지고 식자재 주문량이 2~4배 늘었다. 감사나오고 사회적으로 문제되니깐 (유치원이) 이제야 제 정신이 든 것 같아 웃프다”고 씁쓸해 했다.

이번 파문은 교육부가 국공립 유치원 감사 자료를 추가로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학부모들의 원성이 커지자 이번에 공개된 사립유치원 뿐만 아니라 국공립 유치원에 대한 감사 자료도 가능한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4200개 사립유치원과 4500개 국공립 유치원에 대한 1차 지도ㆍ감독 권한은 교육감이 갖고 있어 (2013∼2017년 감사결과) 공개 여부도 교육감의 결정 사항”이라며 “하지만 학부모 불안이 큰 만큼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의 책무성을 높일 방안도 이달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해당 방안에는 국고 지원을 받는 사립유치원이 교육기관으로서 책무를 더 잘 이행하도록 회계·인사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