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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가득한 터널?…10개중 7개 공기질 ‘깜깜이’
속초로 가는 길의 한 터널 입구 [헤럴드DB]

전국 터널 1607개 중 1192개 미세먼지 ‘아무도 몰라’
자연환기 방식으로 운영…공기질 관리 기준 조차 없어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국내 터널 10개 중 7개는 공기질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게는 10km 이상 이어지기도 하는 터널은 대부분 자연 환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아무런 측정 장치가 없어 미세먼지가 얼마나 많은지, 공기질이 좋은지 나쁜지 확인조차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국토교통위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5개 국토관리청이 관리하는 터널 631개 중 483개가,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터널 976개 중 709개가 환기시설 및 측정계가 없는 자연 환기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기시설이 있는 곳은 기계의 작동을 위해 공기질을 상시 측정하지만, 자연 환기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은 아무런 장치가 없어 별도 장비를 동원해 일부로 찾아가지 않는 한 공기질 측정은 불가능하다.

송석준 의원은 “최근 출시된 차량의 핵심 기술 중 하나가 터널에 진입할 때 자동으로 창문을 닫고, 공조 시스템을 대기 순환 모드로 전환하는 기능”이라며 “터널 내 공기 질에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얼마나 부정적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와 도로공사는 자연 환기 터널에 대해 설계 당시 터널의 길이나 교통량, 속도 등을 분석한 결과 환기시설 없이도 내부 공기질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통량이 늘어나고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내부 공기질이 심각히 오염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송 의원은 “국토관리청이 맡고 있는 자연환기 터널 중 절반 수준인 226개가 준공된 지 최소 10년 이상 돼 교통량 등 조건이 최초 예측과 달라졌을 것”이라며 “터널 내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준일수 있다”고 했다.

터널을 자연 환기 방식으로 운영할때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터널의 환기시설 등)’에 따르면 ‘환기시설 및 조명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터널 안의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농도는 각각 100ppm, 25ppm 이하가 되도록 해야 하며, 환기 시 터널 안 풍속이 초속 10m를 초과하지 않도록 환기시설을 설치해야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이다.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에 대한 농도 기준을 제시하긴 했지만, 미세먼지 농도 상태조차 파악할 수 없는 자연 환기 방식의 터널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별다른 규정이 없다.

송 의원은 “강릉 동해 터널, 광주 너릿재 터널, 추월산 터널 등은 설계된 지 30년이나 지났다”며 “이미 인천 김포고속도로 구간인 북항터널, 경기도 군포 수리터널, 충북 단양 죽령터널 등의 미세먼지 농도가 환경부 허용 기준을 초과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은 인천김포고속도로 구간인 북항터널(5.6㎞) 내 미세먼지를 측정한 결과, 최대 595㎍/㎥로, 환경부가 정한 도로 재비산먼지 기준인 200㎍/㎥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확인했다. 또 지난해 발표된 ‘고속도로 터널 내 실내오염물질 농도의 일변화 분포 특성’(한국생활환경학회지 24권) 연구에 따르면 경기도 군포시 수리터널, 충북 단양시 죽령터널 등에도 차량 통행량이 많은 시간대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환경부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의원은 “최소 10년 이상이 된 터널 중 통행량 증가 등 급격한 주변 환경 변화가 있는 곳에 대해서는 내부 공기 질이 예측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도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 생각해 현재 조달청에 연구 용역을 발주해놓은 상태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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