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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전선언 재차 촉구한 北과 응하지 않는 美…왜?
[사진=헤럴드경제DBㆍmunjae@heraldcorp.com]
-종전선언=‘선의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라는 北
-종전선언=‘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라는 美
-北ㆍ美, 상응조치 둘러싼 이견 커…협상 험로 예고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한이 종전선언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미국과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을 예고했다. 미국은 종전선언이 북한의 불가역적 비핵화 조치가 이뤄진 단계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비핵화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 간 협상 난항이 예상된다.

2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북미 실무협상 개시일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일이 이달 중순으로 조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간 물밑협상에서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에 대한 절충안이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써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및 주요 미사일 시설에 대한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특정한 시설들, 특정한 무기 시스템들에 관해 얘기해 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평양 공동선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각각 트위터와 성명을 통해 핵사찰 및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참관이 포함돼야 종전선언 및 상응조치에 대한 등가성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내비췄다.

트럼프 행정부가 ‘특정 핵ㆍ미사일 시설폐기+검증’을 패키지로 묶어 종전선언 등 상응조치의 조건으로 내건 데에는 미국 내 핵ㆍ외교전문가들과 의회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트릭 노턴 전 국무부 법률자문관은 앞서 미국의소리(VO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으로 불가역적인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노턴 전 자문관은 “종전선언이 이뤄진 다음 다시 예전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전쟁을 누군가가 다시 일으키는 문제”라며 “일종의 정치적 종전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협정으로 이어간다는 것을 법률가로서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스승’이라 불리는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비핵화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북미관계 개선을 도모하기는 이른 단계”라고 지적했다. 종전선언 및 추가적 상응조치를 검토할 만큼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날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은 종전선언이 비핵화 조치의 등가물이 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취하겠다는 ‘선의의 조치’에 대한 등가물로 약속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종전선언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은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며, 북미대화 향방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리용호 외무상을 통해 비핵화 조치의 등가물은 ‘대북제재 해제’라는 점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실제 리 외무상은 지난달 29일 제 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면서 “제재가 우리(북미)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대미 협상을 총괄해온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 북측 고위관리가 ‘제재’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외무상이 북미간 불신의 원인으로 ‘대북제재’를 직접 지목하고 비핵화 조치와 연결시킨 만큼,사실상 미국과 유엔 안보리에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써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를 요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등가성에 대한 논의가 부재했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중재외교가 갖고 있던 딜레마”라면서 “북미 양측에 증폭시킨 기대심리가 있지 않았나 되짚어보고 비핵화 초기조치와 상응조치에 대한 북미의 의견을 각각 청취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은 “종전문제는 10여년 전 부시 2세(조지 W 부시) 행정부 시기 미국이 먼저 제기한 바 있으며 2007년 10월4일 채택된 ‘북남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과 지난 4월27일 채택된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에 명기되어 있는 것으로 하여 우리보다도 미국을 비롯한 다른 당사자들이 더 열의를 보인 문제”라고 했다.

여기서 판문점선언과 ‘다른 당사자’의 열의를 언급한 것은 종전선언 논의가 기대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우회적인 불만을 표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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