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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의 날 르포] 국내유일 광주은행 어르신 전용점포 가보니…
광주은행 학동점에서 고령층 이용객들이 공과금 수납기를 통해 공공요금을 납부하고 있다. [사진=광주은행]
-노인 배려해 반드시 1층에 점포…대출 생략하고 수신에만 집중


[헤럴드경제(광주)=박대성 기자] “다른은행 가면 직원들 말이 빨라 통 알아먹을 수가 없는데, 여기는 천천히 설명해주니까 좋죠.” “적금 넣어달라고 돈을 맡기면 군말없이 ‘딱딱’ 알아서 가입시켜주니까 영 편리해요.”

2일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 광주시내 지하철 원도심에 자리한 광주은행 학동점 객장에는 젊은 사람은 안보이고 할머니ㆍ할아버지들만이 매장 손님의 전부다. 어르신들은 고령자를 ‘1순위’로 배려주주는 은행에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은행창구가 월초에는 그나마 한가롭지만, 월말이 다가오면 번호표가 400~500번이 될 정도로 창구직원이나 어르신 모두 바빠지기는 매한가지다.

실제로 추석을 쇤 지난달 28일에는 월말 시재(時在)정산을 해야하는 날인데다 손님들은 추석연휴로 찾지못한 노령연금 인출과 각종 공과금 납부마감일까지 겹치면서 점포안이 어르신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광주은행 학동점에 번호표를 뽑은 어르신들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광주은행]

이 곳 매장은 JB(전북)금융지주 산하 광주은행이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금융소외 계층인 노인들을 배려해 광주에서 세번째로 연 어르신전용점포 학동점(3호점)이다. 명칭은 ‘어르신전용점포’이지만, 젊은 고객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어르신우대점포’.

일부 시중은행에서 금융 사각계층인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해 은행점포 안에 ‘어르신창구’를 마련한 곳은 있어도, 고령자를 위해 숙련된 직원을 배치하고 통째로 전용점포 공간을 내주는 곳은 광주은행이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곳이다.

‘어르신전용점포’라는 특성때문에 창구직원(텔러)은 신입사원보다는 숙련된 경력자 위주로 배치되고, 대출수요가 적기때문에 대출업무는 생략하고 우체국처럼 수신영업만 집중하는 것도 특징이다.

또한 요즘 은행들이 비싼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상가 2층에 입주하는 곳도 있지만, 어르신점포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편의를 위해 1층에 점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은행 학동점은 대표적인 원도심으로 인근이 전부 주택가로 에워싼 소매금융을 주로 취급하는 점포로 주이용 계층은 70대 이상 노인들이고, 거주지는 대개가 학동, 소태동, 지원동, 화순너릿재 주민들이라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굳이 은행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시공간을 초월해 은행업무를 보고 있지만, 고령자들은 비대면 거래를 아직까지 낯설어한다.

광주은행에서 만난 김천심(76)씨는 “자식들도 다 나가고 우리부부만 있어 스마트폰을 가르쳐 줄 사람도 없고 글씨도 작아 은행이 더 편하다”며 “여기서는 우리같은 사람들을 위해 도우미(직원)가 기계(365코너) 작동법도 친절히 알려주고 업무도 빨리빨리 처리해 줘 다른은행을 안가고 여기로 온다”고 말했다.

이건심씨도 “은행 현금인출기 앞에 직원이 항시 대기하면서 일처리를 도와준다”며 “직원들이 짜증내지 않고 우리들 입장에서 잘 설명해줘 불만이 없다”고 했다.

광주은행 ‘어르신전용점포’에서는 인터넷ㆍ스마트폰뱅킹 등 비대면 거래에 익숙치 않은 어르신 편의를 위해 개설했으며 타행은행 송금과 제증명발급 수수료 등의 모든 수수료가 면제되는 점도 이점이다. 

광주은행 수신창구를 찾은 어르신들이 예금과 적금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은행]

또한 광주동구보건소에서는 월 1회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검사 및 심뇌혈관 예방관리를 위한 영양상담 등의 건강상담도 시행되고 있다.

광주은행은 업계 최초로 지난 2015년 어르신전용점포 1호점(남구 빛고을노인건강타운점)을 시작으로 2호점(북구 오치동점)에 이어 올초 3호점(학동점)을 어르신전용점포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물론, 어르신을 위한 IT금융교육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의 경우 본인인증을 위해 여러단계를 거치고 비밀번호를 기억해야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르신들 대부분은 비밀번호를 쉽사리 망각해 현장적용이 쉽지 않다고.

이곳 ‘어르신점포’에는 고령자층이 대부분이다보니 에피소드도 많다고 한다.

지난 3월에는 60대 김모씨가 신장투석 비용을 병원계좌로 600만원을 입금했는데, 알고보니 엉뚱한 사람에 잘못 송금한 착오송금으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통장주인은 공교롭게도 요양병원에 입원한 할머니였는데 “못 주겠다”고 버텨 자식들과 통화해 은행지점장이 할머니를 은행으로 모시고 와서 간신히 돌려받은 일화도 있었다고.

또한 자신도 모르게 “돈을 빼갔다”고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는 어르신도 있고, 월말이면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며 소란을 피우는 어르신, 노점에서 장사하며 꼬깃꼬깃한 지폐를 한움큼 내놓는 어르신도 있는 등 다양한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전병용 학동점장은 “사회적으로 각박해지는 시점에 은행이 편리성만 염두에두고 전부 전산화해버리면 어르신들은 이용할 수가 없다”며 “시중은행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이런 점포개설에 소극적이지만, 지방은행은 지역의 공공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요소요소에 어른신 편의를 위해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은행 측은 고령층 이용편의를 위해 추후 서구와 광산구에도 한 곳씩 거점점포를 개설해 광주시내에 총 5개 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다.

광주지하철 1호선 ‘학동증심사(證心寺)입구역’ 근처에는 이곳 광주은행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도 있었지만, 최근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지점폐쇄가 잇따라 학동 일대 제1금융권은 광주은행이 유일하다.

송종욱 광주은행장은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금융 환경 속에서 광주은행을 오랫동안 거래해온 어르신들이 소외당하지 않도록 어르신 눈높이에 맞춘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광주·전남 대표은행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parkd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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