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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감염경로 오리무중…“건강상태질문서 문항 강화를”

-“쿠웨이트 현지서 감염” 보건당국 추정과 달리
-쿠웨이트 보건부 “자국, 감염경로 아니다” 밝혀
-“건강상태질문서에 처방약 복용력 등 추가 필요”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3년 만에 국내에서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환자의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자국은 감염 경로가 아니다”는 쿠웨이트 보건부의 잠정 결론이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쿠웨이트 현지에서 감염될 것”이라는 보건당국의 추정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에 보다 상세한 입국자의 건강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입국 시 제출하게 돼 있는 건강상태 질문서<사진>를 향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입국자의 의료기관 방문ㆍ처방받은 약 복용 여부 정도만 추가해도, 감염병 환자 등이 발생했을 때 보건당국이 대처하기 용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그동안 메르스 환자 이모(61)씨 가 쿠웨이트에서 돌아온 직후 메르스 확진을 받은 만큼 출장지인 쿠웨이트에서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이 씨는 쿠웨이트에서 20일 넘게 머무른 반면 항공기를 갈아타기 위해 들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는 불과 3시간가량 체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웨이트 보건부가 “자국은 감염지가 아니다”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감염 경로 파악이 미궁에 빠지고 있다.

쿠웨이트 보건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환자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되는 모든 사람이 메르스 반응 조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접촉자 추적 조사 결과, 이 씨와 만난 한국인은 물론 그를 치료한 현지 의료진, 운전기사 등 외국인도 메르스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쿠웨이트 보건부는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감염지로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 보건당국의 추정과 다르다. 질본은 확진 판정이 나온 지난 8일 첫 브리핑에서 “이 씨는 환승을 위해 두바이에서 짧은 시간만 머물렀다”며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쿠웨이트 현지에 있을 때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고, 지금까지도 이런 추정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 임원인 이씨는 지난달 16일 업무차 쿠웨이트로 떠나, 지난 7일 오후 4시51분 귀국했다. 쿠웨이트 도착 후 20여 일간 계속 머물다가 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10시35분에 출발, 두바이에서 항공기를 갈아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왔다.

두바이국제공항에 머문 시간은 2시간30분 정도로 짧기 때문에 귀국하자마자 잠복기(2~14일)을 고려하면 메르스 진단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추정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쿠웨이트는 2016년 8월 마지막 메르스 환자가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2년간 추가 환자가 없었던 지역이다. 이에 정부는 관련 조사를 위해 지난 13일 질본 역학조사관 2명과 민간 전문가 1명을 쿠웨이트 현지로 파견했다.

이와 관련 건강상태 질문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입국자가 제출해야 하는 건강상태 질문서에는 귀국하기 전 21일간 체류했던 국가와 증상만 표시하게 돼 있다. 하지만 여기에 의료기관 방문ㆍ처방약 복용 여부만 밝혀도 환자가 발생했을 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환자가 거짓을 진술할 경우 검역 단계에서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감염병 검역 과정에서 사실을 밝히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쿠웨이트에서 병원을 방문했을 때 처방받은 약에 해열제가 있었다면 공항 검역대를 통과할 때 열이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현지 의료기관 방문, 병원 처방약 복용 여부 정도만 (건강상태 질문서)에 추가해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13일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본에 요청해 제출받아 공개한 ‘환자와 검역관의 대화록’에 따르면 환자는 “현지 병원을 방문한 이력이나 약 복용 사실이 없다”고 검역관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질본은 같은 날 홍 의원의 자료 공개로 논란이 일자 뒤늦게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한편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 7일째인 이날 확진 환자 접촉자 중 또 다른 확진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6시 기준 확진자 이 씨와 접촉한 사람 중 메르스 의심 환자는 11명이다. 이들은 모두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아 격리 해제된 상태다. 일상 접촉자는 427명(기내 접촉자 341명 포함)으로 전날보다 줄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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