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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입양아 출신 피셔씨 “공중전화박스로 해외 입양인 친부모 더 많이 찾아주고 싶다”
美 한국인 입양인 단체 ‘325 캄라’의 데렉 피셔 이사.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데렉 피셔 ‘한인혼혈입양인연합’ 이사 한국 방문
-입양인 친가족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 준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한국계 미국인 데렉 피셔(44) 씨는 미국으로 입양된 지 38년 만인 지난 2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바로 전날 국내의 한 입양 단체로부터 피셔 씨의 친아버지가 그를 애타게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980년 ‘어머니’가 사망한 직후 세 살 터울의 남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입양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여섯 살이었다.

기억에도 없던 친아버지를 처음 만났지만 그의 맘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친아버지를 통해 그가 어머니로 기억하던 사람이 친어머니가 아닌 이웃집 아주머니였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친어머니가 피셔 형제를 이웃집에 두고선 떠난 것이었다.

피셔 씨는 “한 번도 친부모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아마도 나를 버렸다는 상처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피셔 씨는 해외 입양인의 가족 찾기를 돕는 ‘325 캄라(KAMRAㆍ한인혼혈입양인연합)’의 홍보 이사다. 325 캄라는 지난 2015년 미국의 한국계 혼혈 입양인 중심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DNA 정보를 바탕으로 입양인 가족을 찾아주고 있다. 현재까지 입양인 66명의 가족을 찾아줬다. 지난 2016년엔 국내에서 어머니 125명을 대상으로 DNA 키트 검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2일 경기 파주의 한 공원에 해외 입양인을 위해 만들어진 ‘엄마품 동산’ 준공 기념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서 만난 피셔 씨는 친아버지를 만난 이후 알 수 없는 의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부모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다른 입양인들과 달리 너무 쉽게 친아버지를 찾게 됐다. 한 번도 바란 적이 없었기에 내가 그럴 만한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혈육을 절실히 찾는 다른 입양인들에게 알 수 없는 부채 의식과 의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올해 초 325 캄라에 몸을 담게 된 계기였다.

한국계 입양인은 전세계에 24만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980년대에만 약 6만명 이상이 해외로 입양됐다. 지금도 매년 400여 명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이 가운데 70% 이상이 미국으로 갔다.

325 캄라가 찾아준 입양인 가족 대부분은 미국에 거주하는 친부모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입양인의 친가족을 찾고 싶지만 단체가 확보한 DNA 정보가 충분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많은 입양인 가족들의 DNA 정보를 모아 혈육을 찾아주기 위해 325캄라는 현재 국내에서 ‘공중전화박스’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DNA 검사 키트를 비치해 놓은 공중전화박스를 설치해 최대한 많은 DNA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는 것이다. 단체는 현재 공중전화박스를 설치할 장소를 고심 중이다.

피셔 씨는 “정부기관이 DNA 정보로 입양인 가족을 찾아주는 시스템은 1:1 매칭 프로그램으로 DNA 정보가 절반만 일치해도 가족을 찾아주지 못한다. DNA 정보가 다 일치하지 않더라도 이를 바탕으로 혈육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라도 찾자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라며 “이를 위해선 최대한 많은 DNA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모으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325 캄라는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공중전화박스 프로젝트를 본격 도입할 결정할 예정이다.

피셔 씨는 “DNA 키트에 침 한방울만 떨어뜨림으로써 해외 입양인의 혈육 찾아주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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