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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춘 500대 기업중 40%는 이민자 기업
FT “이민이 美·英 경제 촉진제”
창업할 확률도 2~3배나 높아
이민통제, 성장둔화 불평등 악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反) 이민·난민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민이 경제 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부에서 유입된 인재들이 회사를 창업하거나 특허를 받는 등 주로 혁신을 이끄는 분야에 뛰어든 데 따른 결과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이안 골딘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시티그룹과 수행한 연구를 인용, “지난 2011년 이후 미국 경제 성장의 3분의 2는 이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민자들은 현지 출신보다 창업과 특허, 노벨·학술상 수상에 강점을 보이며 성장에 이바지했다. 미국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이민자들은 전체 사업체의 30%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40%,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의 절반 이상은 이민자가 창업했다.

이민자들은 영국에서도 본토 출신보다 창업할 확률이 2배 높았다. 만약 영국에서 1990년부터 이민이 주춤해져 이민자 수가 늘지 않았더라면, 경제 규모는 현 수준과 비교해 적어도 9% 쪼그라들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15년간 1750억파운드(약 255조원) 이상의 국내총생산(GDP) 손실과 맞먹는 수치다.

최근 반 이민·난민 정서가 고조되며 정치적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이민 감소에 따른 경제적 순손실이 현 경제 규모의 6% 또는 1550억유로(약 202조원)로 추정됐다.

골딘 교수는 “이민자들은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경제에 중요한 초기 기여자”라며 “이런 구조는 선순환될 수 있다. 각국은 글로벌 인재를 확보해 더 성장하고, 더 많은 이민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민자들은 교육받은 상태로 이민 오고 은퇴하기 전에 각국을 떠난다. 그들이 얻는 이익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낸다는 의미”라며 “이민자의 존재는 높은 임금과 생산성, 여성인력의 참여는 물론 낮은 실업률과도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 반이민 정서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폴란드와 헝가리 등 이민자 출신이 2% 미만인 나라에서조차 출생률 하락, 고령화, 노동력 부족 문제 속에서도 이민에 반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민의 이점이 사회적으로 균등하게 공유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골딘 교수는 “일부 정치인이 주장하는 이민에 대한 우려는 다뤄져야 하지만, 이민을 줄이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라며 “이민에 대한 통제는 성장 둔화, 불평등 악화, 사회적 응집력 약화, 이민자에 대한 추가 통제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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