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 7급 공채 필기 마친 수험생들. 총 770명을 선발하는 이번 시험에는 3만6천662명이 지원해 47.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
-깊어지는 대기업 쏠림…구직자 3명중 1명은 ‘공시’ 경험
-청소년도 대기업보다 공무원 선호…연간 17조원 손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공무원 되는 게 꿈이에요.”
5일 서울 노량진에 있는 공무원 학원 근처에서 만난 김모(29) 씨는 “3년째 준비했지만 올해가 정말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년제 대학 졸업 후 박봉을 받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당장 10년, 20년 뒤가 보이질 않았다”며 담배를 태웠다. 김 씨는 “그저그런 사기업에 가선 노후의 삶을 보장할 수 없다”며 “적게 벌더라도 연금받는 안정된 삶을 살고 싶다. 내 인생의 마지막 로또가 공시(공무원 시험)”라고 덧붙였다.
이십대의 태반이 백수, 백수의 태반은 공시족이다. 계속되는 경기불황과 취업난 속에 2030 청년층은 마지막 동앗줄로 ‘공시’를 택하고 있다. 최저임금 이하의 월급을 받으면서 10년, 20년 후까지의 고용안정도 기대하기 어려운 청년층은 고연봉이 아니라도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몰려들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7월 2030 취준생 및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858명 중 32.9%가 현재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거나 과거에 준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78.2%), 노후연금(41.5%)과 복지ㆍ근무환경(40.9%), 적성(16.9%) 등의 순으로 답변했다.
지난해 7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도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36.9%가 일반직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일반기업체 입사를 준비하는 비율은 이보다 16.3%포인트 낮은 20.6%로 나타나 공무원 쏠림 현상의 열기를 짐작케 한다.
이같은 공무원 쏠림 현상 속에는 고스펙 구직자의 하향지원도 포함된다. 상대적 고스펙을 갖춰도 잇달아 취업에 실패해 기업이 선호하는 연령대를 넘어버린 구직자들은 합격을 기대하기 힘든 현실 때문이다.
서울 소재 K대를 졸업한 이모(29ㆍ여) 씨 역시 장기간의 취업실패로 공시로 선회한 경우다. 그는 명문대 졸업장이 있지만 안정적 삶을 찾아 공무원에 도전했다. 정 씨는 “사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2년 반 동안 애썼지만 취업 가능성이 희박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었다”며 “나이 영향 덜 받고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험으로 어떻게든 빨리 취업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간의 수험생활을 뒤로하고 올해 9급 공무원에 합격했지만, 7급 준비를 이어갈 예정이다.
스펙을 막론한 공무원 쏠림현상은 이미 전사회적 분위기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13∼24세)이 선호하는 직장 중 공기업(공사)의 비율이 18.2%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대기업(16.1%)을 앞질렀다. 국가기관(25.0%)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율까지 합치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공적 영역 취업을 원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창 일할 시기인 청년층이 취업보다 공무원 준비에 수년을 투자하는 상황은 국가경제에 커다란 손해이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공시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공시족 급증으로 연간 17조 143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명목 국민총생산(GDP)의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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