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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상위, “쌍용차 사태 당시 경찰 헬기로 최루액 20만ℓ 살포”
-경찰 진상위, 쌍용자동차 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

-"MB 청와대 최종 승인"…사과ㆍ손배소 취하 권고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지난 2009년 발생한 쌍용자동차 노조 진압 사태 당시 경찰이 헬기를 이용해 노동자들에게 최루액 20만ℓ를 살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강경한 진압 작전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최종 승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위) 29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쌍용자동차 사건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진상위는 경찰청에 공권력의 과잉행사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취하할 것을 권고했다.

진상위는 지난 6개월 간 ▷경찰력 쌍용자동차 투입배경과 진압작전 최종 승인 과정 ▷공장 봉쇄와 단전, 단수 등 공장 내 차단 조치 ▷사측 경비용역ㆍ구사대의 폭력 행위 ▷대테러 장비인 테이저건ㆍ다목적발사기 사용, 유독성 최루액과 헬기를 이용한 시위진압 ▷강제진압 작전이 있었던 2009년 8월 4~5일 경찰력 행사와 경찰특공대 투입 ▷경찰의 인터넷 대응팀 운영과 홍보활동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대한문 분향소의 설치 및 강제철거 상황, 대한문 분향소 집회에 대한 경찰의 대응 등에 관한 경찰력 행사가 적정했는지 검토했다.

진상위의 조사 결과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과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 사이에서 경찰의 강제진압 작전을 두고 의견 충돌이 생기자 조 전 청장이 청와대 측을 개별적으로 접촉했고, 청와대는 조 전 청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쌍용자동차 노조의 파업기간 동안 296차례에 걸쳐 헬기를 출동시켜 최루액을 211번 투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진압 작전에서 헬기로 혼합살수를 한 첫 사례였다. 이 과정에서 살포된 최루액만 20만ℓ에 달했다. 국방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최루액의 주성분인 CS와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은 2급 발암물질로 고농도 살포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경찰은 헬기도 총 6대를 동원해 총 207시간 출동시켰다. 경찰은 심야시간대에 헬기를 출동시켜 고립된 노조원들에게 써치라이트를 비춰 경찰병력이 공장에 진입하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일종의 노조에 대한 심리적 위협과 진압작전을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강제 진압 과정에선 대테러 장비로 분류된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도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다목적발사기는 테러범 및 강력범 진압 등 경찰의 직무수행 및 목적달성에 부득이하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파업 중인 노조원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것이다. 조사 결과 다목적발사기로 스펀지탄 35발이 노조원에게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위는 이러한 행위가 경찰장비의 사용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찰특공대는 노조원을 체포 과정에서 과도한 폭력도 저질렀는데 이는 동료들의 피해에 대한 보복차원의 폭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이같은 강경 진압은 노조 파업에 맞서 수립한 ‘쌍용자동차 진입 계획’에 맞춰 대응한 사실이 경찰의 내부 문서로 확인됐다.

이 문서에는 사측의 경찰권 발동 요청서 접수, 법원의 체포영장ㆍ압수수색영장 발부, 공장 진입시 사측과 동행 및 단전·단수 등 공장 내 차단 조치 계획, 체포한 노조원들의 사법처리 등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경찰은 공장을 봉쇄하고 사측과 협조해 강제진압 작전이 있기 전까지 단계적으로 공장내 단수ㆍ가스ㆍ소화전ㆍ전기 등을 차례로 차단했고 음식물, 의약품과 의료진의 출입도 통제했다.

진상위는 이같은 경찰의 과도한 진압이 비례원칙과 경찰직무집행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국가권력의 행사가 정당하기 위해선 목적, 수단, 범위 등의 요건을 갖추는 ‘비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정보 파악과 지휘에 쓰이는 헬기로 하강풍을 일으키고 시위자들을 해산시키기도 하고 혼합살수까지 했으니 이는 공중살수차로 사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쌍용차 사태는) 노사 자율에 의해 해결돼야 할 노동쟁의가 경찰 물리력이라는 외부적인 힘에 의해 해결될 때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동쟁의 현장에 경찰력 투입할 때 경계해야 할 선례로서 인식되고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댓글 부대도 운영해 여론 조성에도 힘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은 경찰관 50여 명으로 구성된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을 구성해 인터넷 기사ㆍ동영상ㆍ포스트 글 등에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고 게시물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조성하려고 시도했다. 또한 수원역, 안양역, 부천역 등 26개 장소에서 ‘쌍용자동차 노조의 불법 폭력 무기류 및 사진 시민 홍보 전시회’도 개최해 노조의 폭력성과 불법행위를 부각시켜 경찰병력의 투입을 정당화하고자 했다. 전시내용에는 노조의 폭력행위와 경찰관들의 피해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진상위는 경찰청에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 가압류 사건을 취하할 것을 권고했다. 진압 과정에서 정신적ㆍ육체적 피해를 입은 경찰에게 책임 있는 치료 및 회복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노동쟁의 대응 방안과 관련해 노사간의 자율적인 교섭을 원칙으로 하고 경찰력은 투명한 절차를 거쳐 최후적이자 보충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 절차적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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