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오른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검찰 조사에서 “박근혜(왼쪽)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2013년 말 차한성 전 대법관을 만나 일제 강제징용 재판 지연을 논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
-김기춘 “朴 지시로 차한성 전 대법관 만나” 진술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사건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가정보원 특활비 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또 다른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 14일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13년 말 차한성(63ㆍ사법연수원 7기) 전 대법관을 만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의 진술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원의 잇단 영장 기각과 자료 제출 거부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검찰은 우선 재판 거래에 관여한 당시 청와대ㆍ정부 측을 조사해 진술과 증거를 수집한 뒤 차 전 대법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만약 차 전 대법관 또한 양승태(70ㆍ2기) 전 대법원장의 지시로 삼청동 회동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양 전 대법원장도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13일엔 회동에 참석한 윤 전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차 전 대법관을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렀다. 검찰은 이 자리에 윤병세(65) 전 외교부 장관 외에 황교안(61ㆍ13기) 당시 법무부 장관도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당시 법무부는 재판 지연이나 판결 번복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2012년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자 ‘국민들의 대일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대법원의 판결은 정당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회동의 실체와 논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황 전 장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대법원은 2012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손해배상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박 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체결된 한일협정이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게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검찰은 청와대가 판결이 확정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거나, 심지어 결론을 번복하라고 대법원에 요구한 정황이 담긴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 검찰은 행정처가 재판 지연 대가로 판사들의 해외 파견지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법원은 재상고심을 5년 넘게 검토하며 아직까지도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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