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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김은경 환경부 장관] 서울을 찾아온 산양, 생태공존을 꿈꾸다
경사가 급하고 바위가 많은 험준한 산지에 서식하는 뿔 달린 양. 얼마 전 서울 용마폭포공원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산양에 대한 설명이다. 대도시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산양이 서울에 나타나자 언론에 연일 오르내리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복잡하고 어지러운 도시 안에서 산양이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행여나 사고를 당하지는 않을지 이내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이 땅은 무수한 생명들이 사람과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러나 문명의 발전과 사람들의 빗나간 욕심으로 인해 많은 야생동물이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도로 위에서 무자비하게 짓밟힌 고라니의 사체, 올무에 걸려 생을 마감한 수많은 짐승들. 그들이 이유없이 맞닥뜨리는 수난과 비참한 죽음은 야생동물의 터전이 더 이상 건강하지도, 안전하지도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50년 급격한 산업화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자연의 가치와 보전의 중요성을 잠시 뒷전으로 미뤄뒀다. 자연의 보전보다는 도시 건설이 필요했고, 야생생물 보호보다는 도로와 철도를 놓는 것이 급했다. 속도와 효율의 가치가 지배하던 시절,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했던 시대에는 그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그러는 사이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가치는 희미해졌고 생태적 건전성은 악화되었다. 그리고 한반도의 생태계는 파편화ㆍ분절화 됐다.

생태계의 단절 또는 훼손은 야생동물의 자유로운 이동과 안전한 서식지 조성에 위협이 되며, 생물다양성 감소 및 로드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특히, 로드킬 발생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는 야생동물에 대한 심각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사람의 안전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환경부는 2013년부터 국토교통부ㆍ산림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백두대간 내 훼손된 생태계를 연결하고 복원하기 위하여 생태통로 설치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생태통로 28곳을 완료했고, 14곳을 현재 추진 중에 있다. 앞으로는 백두대간 중심의 연결ㆍ복원사업을 정맥 등 주요 산줄기까지 확대하고, 복원방식도 폐도복원 등으로 다양화하여 한반도 생태계의 근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8월 중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을 수립해 야생생물의 서식지 안정화 및 이동권 확보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와 가치관에 변화가 필요하다. 자연을 개발과 유흥의 대상으로 보기 보다는 그 곳에 살고 있는 무수한 생명들의 아픔과 눈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연의 섭리를 따르며 사는 야생동물에게 서식공간의 인위적인 단절과 훼손은 넘어설 수 없는 벽이고 극복하기 힘든 장애물이다. 생태계의 연속성 및 보전가치를 유지하는 것, 그것은 사람과 동식물이 자연을 함께 누리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다.

지난 3월 발의한 개헌안에서 우리는 자연과의 공존 속에서 우리들과 미래 세대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확보하겠노라고 선언했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생존할 권리, 즉 환경권은 이제 더 이상 사람만이 갖는 배타적인 권리가 아니다. 비록 개헌은 무산되었지만, ’사람과 자연의 공존, 함께 살아가는 가치‘는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시대적 과제다.

용마산에 자리를 잡은 산양이 사람들 곁에서 모쪼록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아니, 어쩌면 산양은 시끄럽고 번잡한 도시 대신 조금 더 안락한 보금자리를 찾으러 또다시 먼 길을 떠날지도 모르겠다. 어떤 선택이 됐든 산양이 한 걸음 한 걸음 이어가는 삶의 여정에 외롭고 헛된 희생만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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