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정보기관 인용 보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보기관들이 최근 북한이 평양 외곽에 있는 산음동 병기연구소(산음동 공장)에서 액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2기를 새롭게 제조하는 정황을 정찰위성을 통해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30일(현지시간) WP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정보당국 관계자들이 공개한 위성사진들은 산음동 공장에서 최소 1개에서 2개의 액체연료 기반 ICBM이 조립되고 있는 정황을 담고 있다. WP는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사진들이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시기 촬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지만,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4면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이같은 북한의 움직임은 결국 ‘살라미 전술’을 구사해 비핵화 대화를 핵군축 대화로 전환시키려는 의도를 노출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WP는 “정보기관들이 종합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 고위급 인사들은 보유 중인 핵무기·미사일의 종류와 개수를 속인 채 미국에 신고하고 국제 감독관들을 거부하려는 논의를 진행했다”며 “그들의 전략은 약 10여개의 핵물질·무기는 남겨놓고 20개의 핵무기는 폐기함으로써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한다는 구상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음동 공장은 ICBM 제조 전문시설로, 괌과 미국 본토를 사거리로 두고 있는 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이 개발된 곳이다. 대포동 1호와 2호가 지난 1994년 처음 포착된 곳이기도 하다. 미 외교안보 매체 디플로맷은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산음동 병기연구소를 비밀리에 방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디플로맷은 당시 익명의 미국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 이틀 뒤 부한의 위성발사체(SLV) 1단으로 보이는 물체를 이동하는 중장비 수송차량이 시설에서 목격됐다고 전했다.
미 정보당국으로부터 북한 산음동 병기연구소의 최근 사진을 전달받아 이를 공개한 제프리 루이스 미국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 동아시아 담당 국장은 “(내부 활동이) 활발하다. 수송장비들과 차량이 오가는 것이 보인다”며 “북한의 ICBM이 개발되는 장소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앞서 25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면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계속 개발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드릴 수 없다”며 즉답을 회피한 바 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