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ㆍ위성업체 플래닛] |
-“북미대화, 核 동결 아닌 ‘유예’단계…美, 체제보장 해야”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싱가포르에서의 역사적6ㆍ12 북미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물질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멈추지 않는 데에는 북미협상과정에서 협상입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에서 가시적인 체제보장 조치를 해주지 않는 이상 ‘비핵화’는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미 정보기관들이 최근 북한이 평양시에 소재한 산음동 병기연구소(산음동 공장)에서 액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ICBM 1~2기를 새롭게 제조하는 정황을 정찰위성을 통해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익명을 요구한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북한의 ICBM 제조정황을 담고 있는 위성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던 시기라고 했다. WP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외교센터장은 31일 “결과적으로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합의가 있을 때까지 핵능력을 극대화함으로써 입지를 다지려고 하고 있다”며 “비핵화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줄이거나 협상 진행이 안되면 조기에 핵능력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종타결까지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해서 만들 것이라고 봐야겠다”고 부연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5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을 여전히 생산하고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미국 관료들과 민간 분석가 다수는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시설 운영중단을 공개적으로 약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의 핵시설 가동이 놀랍지 않다는 입장이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애스펀 안보포럼의 기조연설 영상에서 북한의 핵 장비와 제조능력을 유지하는 활동은 비핵화 프로세스의 초기단계에서 협상을 위한 전술일 수 있기에 과도한 반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6ㆍ12 북미정상회담 계기 북미가 합의한 것은 핵 도발 및 한미훈련 ‘유예’(suspension)지, 동결(freeze)이 아니다”며 “동결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입장에서도 핵물질 및 미사일 시설 개발활동을 중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행동 대 행동원칙을 토대로 미국이 체제보장을 해주면 북한도 동결에 이어 핵심 핵ㆍ미사일 개발 시설 해체작업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종전선언을 둘러싼 선후관계 논란에 대해서는 “종전선언은 가역적 조치이지만, 북한의 핵ㆍ미사일 시설 해체는 물리적으로 불가역적인 조치이다. 이미 고도화된 북한의 핵무력을 해체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전향적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북한의 움직임을 ‘살라미 전술’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했다. WP는 “정보기관들이 종합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보유한 핵무기 및 미사일의 종류와 개수를 속인 채 미국에 신고하고 국제 감독관들을 거부하려는 의도의 논의를 진행했다”며 “그들의 전략은 약 10여개의 핵물질 및 무기는 남겨놓고 20개의 핵무기는 폐기함으로써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한다는 구상도 포함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결과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산음동 공장은 ICBM 제조 전문시설로, 괌 및 미국을 사거리로 두고 있는 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이 개발된 곳이다. 대포동 1호와 2호가 지난 1994년 처음 포차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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