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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거래 의혹’ 정황 포착…검찰 ‘강제수사’ 법원과 신경전
부산법조비리 등 행정처 문건대로
법원 압수수색 영장 잇단 기각…
검찰, 이례적 수사과정 공개 맞불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자료 확보 과정에서 법원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알려지지 않았던 ‘재판 거래 의혹’을 조사하며 법원을 압박하고 있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이었던 임모 판사에게 피의자로 나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대법원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현직 판사를 입건해 출석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판사는 현재 휴직 중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다. 임 판사는 2016년 8월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각급 법원의 주기적 점검 방안’ 문건을 작성해 대법원의 일선 재판부 동향 파악을 도운 것으로 지목됐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추가로 확보했다. 법원이 전직 고위 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잇따라 기각하는 상황에서 검찰은 이례적으로 강제 수사 과정을 공개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검찰이 재판 개입 정황을 의심하는 사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물은 사건으로, 박근혜 정부와 교감해 재판 결론을 최대한 늦췄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2년 대법원은 미쓰비시와 신일철주금이 징용 피해자 9명에게 배상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후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2015년 11월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은 외교부 입장을 고려해 재판을 미루는 것을 검토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 실제 이 사건은 아직도 대법원이 최종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사안은 부산의 건설업자 정모 씨가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5000만원의 뇌물을 건넨 사건이다. 1심에서 증언자들의 진술 신빙성을 의심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일부 혐의가 유죄로 결론났다. 당시 정 씨가 부산 지역 문모 판사에게 접대를 한 정황이 드러나고, 문 판사가 사건에 개입한 의혹이 일어 법원이 자체 감사를 벌였다. 법원행정처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6년 9월 ‘문모 판사 관련 리스크 검토’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될 경우, 문 판사의 비위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하고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사건 모두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 내용대로 재판이 진행됐다.

검찰과 법원의 신경전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2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 전 대법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기획1심의관을 지낸 김모 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임 전 차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만을 발부했다. 임 전 차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정황이 담긴 문건을 직접 작성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있지만, 나머지 혐의자들은 여기에 가담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사용하던 하드디스크 내용 파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물리적으로 파기돼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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