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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치비 누가 내나?” 슬리핑 차일드 체크 도입에 승합차 기사들 걱정
[세림이법 시행 이후 전체 노란색으로 도색한 학원ㆍ어린이집 차량의 모습.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자비로 수백만원 부담했던 세림이법 재연 우려도
-복지부 “일부만 지원 예정…현장조사후 정할 것”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세림이법 때 350만원 넘게 들었는데… 이번엔 또 얼마를 부담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정부가 지난 24일 아동이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연말까지 전국 어린이집 통학차량 2만8300대에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Sleeping Child Check)를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어린이집 차량 운전기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계 한 대를 설치하는데 최소 24~46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는 설치비 전액이 아닌 일부만 지원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장치 도입을 두고 어린이집 차량 운전기사들은 지난 2015년 시행돼 수백만원의 차량개조 비용부담으로 다가온 ‘세림이법’ 때를 떠올린다. 세림이법은 2013년 충북 청주에서 당시 3살이던 김세림 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뒤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말한다. 개정 법안에 따라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원 운영자가 통학버스를 노란색으로 도색하고 안전 발판 등을 설치했다. 당시 차량 개조 비용을 부담한 주체 중 다수는 학원 운영자가 아닌 운전기사들이었다.

이 때문에 운전기사들은 이번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 설치 비용은 누가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일하는 학원ㆍ어린이집 차량 운전기사 A(61) 씨는 “운전기사 중엔 자기 소유 버스로 학원ㆍ어린이집 등 여러 종류 업체와 계약해 일하는 경우도 많다”며 “차량 소유자가 기사이다보니 세림이법 때 도색, 좌석교체 등 비용으로 350만원 넘게 사비를 썼지만, 학원은 한푼도 지원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 은퇴 후 할부로 버스를 구입해 운전기사로 재취업한 이들 다수는 어린이집ㆍ학원을 가리지 않고 여러탕 뛰어야 겨우 생활비와 차량 할부금을 충당할 수 있는 경우도 많아 정부나 어린이집에서 설치비용을 최대한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일부 어린이집에서도 비용부담 문제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 안전에 한두푼이 아깝겠냐”면서도 “운전기사들이 차량 한번만 확인하면 되는데, 그 안전교육을 제대로 못해 기계까지 설치하고 돈 문제로 이어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현장 기사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지만 정부에선 아직까지 설치비용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는 내놓지 않은 상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이 아닌 현장 운전기사들이 비용부담을 우려하는 상황은 인지하지 못했다”며 “학원 차량 전체가 아닌 어린이집 대상이므로 세림이법 때와 적용 범위가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설치비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만 거론됐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을 도입하고 지원금을 액수로 정할지 비율로 지원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일주일간 현장조사를 통해 구체안을 마련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어린이 교통안전 문제가 비용문제로 귀착되는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긍정과 부정이 혼재한 평가를 내놨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운전자의 인간적 실수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슈가 터질 때만 관심을 갖다가 관심에서 사라지면 재정지원 등의 문제들은 도외시 되고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은 문제다. 시설확충ㆍ철저한 단속ㆍ교육 세가지 요소를 아우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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