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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軍 더위 먹었나? 하극상·성추행·마린온 잇단 헛발질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켜야할 최후의 보루인 군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달 들어 국방부와 군 안팎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가뜩이나 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지친 국민들의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한다.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은 그 자체만으로 가히 충격적이다.

이미 공개된 기무사 계엄령 관련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나름 치밀하게 짜인 국회와 언론 통제 계획과 국방장관의 주한미국대사를 통한 미 본국의 협조 요청을 비롯해 주한외국대사와 언론 상대 계획 등 1980년 전두환ㆍ노태우의 ‘성공한 쿠데타’의 섬뜩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의 대응도 기대에 못 미쳤다. 

송영무 국방장관(오른쪽)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왼쪽)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과 평창 동계올림픽, 지방선거 등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과 기무사 개혁 등을 감안해 보고를 늦췄다고는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에도 미온적 대처에 그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관련 문건의 외부 법률검토를 받았는지를 놓고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병 5명이 순직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사고 대처 과정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사고 초기 제대로 된 위로의 뜻을 내놓지 못해 유족들의 가슴을 또한번 멍들게 했다.

유족들은 사고 초기 관련 정보를 일체 받지 못해 분통을 터뜨렸는데,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유족들께서 의전문제에 있어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망언으로 응수해 논란을 키웠다.

송 장관의 인식이 이렇다보니 군내에서 ‘영’(令)이 제대로 설 리가 없다.

송 장관은 지난 4일 ‘긴급 공직기강 점검회의’를 열고 군내 성폭력 근절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육ㆍ해ㆍ공군 가릴 것 없이 군의 성범죄 관련 헛발질은 오히려 늘어난 모양새다.

지난 3일에는 해군 준장이 부하 여군 숙소까지 가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부하 여군이 만취하자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9일에는 육군 준장이 부하 여군과 식사한 뒤 부대로 복귀하던 차량에서 자신이 심리학을 공부해 손가락 길이를 보면 성호르몬 관계를 알 수 있다는 황당한 이유를 내세워 성추행한 혐의로 보직해임됐다.

또 23일에는 육군 소장이 자신의 관사에서 행사 진행을 도운 부하 여군에게 “고생했다”며 포옹하고 볼에 입맞춤하는 등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장성급 밖으로 영관급까지 범위를 넓히면 군내 성범죄는 ‘동물의 왕국’을 방불케할 정도다.

송 장관이 이달 초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 근절은 새로운 시대적 과제임을 모두 인식해야 한다”며 “최근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강력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한 공언은 공염불(空念佛)이 되고 말았다.

주변에선 ‘고심 끝에 군을 해체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웃어넘길 수 없는 농담마저 들려오는 형편이다.

송 장관의 영이 안서다보니 급기야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기무사령관과 장관 직속부하가 장관의 말을 부정하는 기이한 장면이 연출되기에 이르렀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중장)은 이날 국방위에서 기무사 계엄령 문건 존재를 파악하고 송 장관에 대면보고했다고 밝혔다.

또 민병삼 100기무부대장(대령)은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과 관련해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증언했다.

각각 바쁜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두고 가라고 하고,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송 장관의 발언을 뒤집는 얘기다.

상명하복을 철칙으로 하는 군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 사령관과 민 부대장의 발언을 두고 기무사 계엄령 문건의 본질을 흐리려한다는 비판과 육군 중심의 국방부에서 해군 출신 장관이 처한 곤혹스런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동정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송 장관이 잦은 ‘설화’와 무리한 정무적 판단으로 스스로 리더십을 깎아내렸다는 점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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