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기무사가 작성한 67페이지 분량의 계엄 선포 관련 ‘대비계획 세부자료’ [사진=국방부] |
계엄사령관이 정부를 장악하는 사실상의 군정이 실시될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이를 승인받는 외교적 조치를 취하고, 주한 외국무관단을 소집해 국제적으로 계엄 지지를 당부한다는 계획까지 수립돼 있었다.
국방부는 지난해 3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검토 문건(A4용지 8페이지)의 세부 내용이 담긴 군사 2급비밀 ‘대비계획 세부자료’(A4용지 67페이지)를 평문으로 분류해 지난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계엄 선포 시 조치사항으로 국방부 장관이 주한 미국대사를 초청해 미국 측이 계엄을 인정하도록 협조를 구하도록 했다.
1980년 5.17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현 기무사령관)이 비상계엄령 전국 확대조치를 취하면서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으려 했던 사례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계엄사령관은 주한 무관단을 소집해 계엄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이들에게 계엄 지지를 당부하도록 했다. 외교부 장관은 기자와 기업인 등 주요 국가 주한사절단을 초청해 국내 상황이 왜곡 보도되지 않도록 협조하면서 계엄 시행 지지를 요청토록 했다.
외국 공관 대상 경계 강화 지침(국내 주둔 외국인 보호지침)을 마련하고 본국 철수를 사전 방지토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계엄 선포 후에는 유언비어 등을 유포하는 인터넷 포털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폐지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민관군 합동으로 ‘인터넷유언비어대응반’을 설치해 불온내용 식별 시 신속하게 차단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신문 가판, 방송 및 통신원고, 간행물 견본, 영상 제작품 원본을 제출받아 검열하는 등 언론에 대한 사전 검열을 부활시켜 언론을 통제한다는 조치도 담았다.
대비계획 세부자료 중 예시된 ‘비상계엄 선포문’에는 계엄사령관은 ‘육군참모총장’, 선포권자는 ‘대통령(권한대행)’으로 명시돼 있다. 이 문건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될 경우를 대비한 문건인 점을 감안하면 선포권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황교안 전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무사는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계엄해제 요구안’을 국회에 직권상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세웠다.
기무사 세부자료에는 “당정 협의를 통해 국회의원 설득 및 계엄해제 건 직권상정을 원천 차단”이라며 “여당을 통해 계엄의 필요성 및 최단 기간 내 해제 등 약속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계엄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유도하며, 당정 협의 제한 시 (계엄)해제 요구안 직권상정 차단 방안을 검토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합수단은 불법시위 참석 및 반정부 정치활동 의원을 집중 검거 후 사법처리”라며 여차하면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검거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계엄 선포 시 총기 및 폭발물 탈취 예방 조치도 구체적으로 수립했다.
전군 탄약 및 총기관리 강화 등을 철저히 하고, 민간 총포사와 화약류 제조업체, 사격장 등을 폐쇄 조치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로부터 총기 및 폭발물 등을 밀반입하는 자를 엄정처벌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계엄사령부 설치 장소는 7개 장소를 검토하고 각각의 장단점도 명시했다. 기무사는 수도방위사령부의 B-1 문서고를 군 지휘체계인 C4I체계, 위치, 공간, 경계, 지원시설 등 계엄사령부 구성에 필요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최적의 장소로 꼽았다.
계엄사령관으로는 육군참모총장, 연합사 부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차장 등을 검토하고 그 결과, 육군참모총장이 “지구 계엄사령관 통제 및 계엄임무 수행군 운용 가능, 군사대비태세와 구분해 임무 수행 가능” 등의 이유로 적합하다고 결론냈다.
군 최고사령관인 합참의장이나 각 군사령관은 군사대비태세 확립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계엄사령관에 부적합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군령권(군 작전권)이 없는 육군참모총장을 굳이 계엄사령관에 임명했다는 점에서 의혹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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