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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노인의 해방구’ 종로3가 콜라텍…“폭염 피하고 인연도 찾아요”
국일관 콜라텍 내부의 모습. [사진=이민경 수습기자/coldshoulder@heraldcorp.com]
-국일관 콜라텍 가보니…입장료 1000원
-‘더위 피해’ ‘인연 찾으러’ 노인 방문 늘어
-‘돈 안 돼서’ 경쟁업체 1곳은 폐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ㆍ이민경 수습기자]입장료는 1000원, 가방 보관료는 500원이다. 국일관 건물 9층에 내리면 엘리베이터 앞에 선 2명의 남성 직원은 방문객들에게 열심히 입장료를 걷는다.

좁은 갈색문을 지나면, 초록ㆍ파랑ㆍ빨간색 LED등이 설치된 별천지가 시작된다. ‘노인들의 메카’ 국일관 콜라텍이다.

최근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강타한 서울, 종로3가 국일관 콜라텍을 직접 찾았다. 최근 경쟁업체인 피카디리 콜라텍이 영업을 중단한 뒤로 국일관은 종로3가 인근의 유일한 콜라텍이 됐다. 국일관 한 관계자는 “평일에는 200~300명, 많을 때는 1000명에 달하는 노인들이 찾아온다”라고 설명했다.

종로3가역은 65세 이상 노인들의 방문이 가장 많은 역이다. 서울시가 지난 3월 초순께 노인 무임교통카드 이용내역 575만건을 분석한 결과 종로3가역은 하차비중이 전체의 1.7%로 가장 높았다. 노인들은 정오부터 몰리기 시작했고, 오후 4시 고점을 찍었다. 노인들이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노인들을 위한 다른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인근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은 앉아서 쉴 공간이 한정돼 있다. 노인들이 일반 개인이 영업하는 식당에 오랜시간 앉아서 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더운 날씨 탓에 그늘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콜라텍은 노인들에게는 ‘만남의 광장’이 되고 있다. 콜라텍 방문객들은 춤을 추거나 음료를 마시며 이성을 만난다. 느리고 빠른 템포의 음악이 번갈아 연주되면 삼삼오오 모여있던 노인들은 파트너를 바꿔가며 블루스를 춘다. 매장 곳곳의 남녀는 몸을 밀착시킨 채로 음악에 몸을 맡겼다.

콜라텍을 방문한 남녀가 담소를 나누는 모습. [사진=이민경 수습기자/coldshoulder@heraldcorp.com]

60대 여성 A 씨는 “사교댄스(블루스)를 추고 싶어서 이곳을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같이 춤을 추자’며 권유하는 남성, 이를 거절하는 여성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70대 여성 B 씨는 “60~70대가 주 이용객이지만 50대 방문객들도 종종 이곳을 찾는다”면서 “할아버지들이랑 놀기 싫고, 60대랑 놀고 싶어 이곳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노년 남성 둘이 ‘같이 춤을 추자’고 권유해왔지만 B 씨는 이를 거절했다. 두 남성은 입을 삐쭉 내밀더니 자리를 피했다.

노인들은 2~3시간 가량 머물다 나와 인근 카페로 향하는 경우도 있다. 이곳을 찾은 노인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중절모에 선글라스를 쓰고 이날 국일관을 찾았던 남성 C 씨는 “너무 즐거워서, 찾아오고 있다. 더위를 식히기에도 좋다”고 했다.

이들에게 인근 피카디리 콜라텍의 영업중지는 곧 아쉬움이다. 60대 여성 D 씨는 “피카디리 콜라텍에 주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갔는데, 갑자기 영업을 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피카디리 콜라텍 주위에서 장사를 하는 허모(49ㆍ여) 씨도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콜라텍이 없어진 이후 노인들이 어디 가셨는지 모를 정도로 주위에서 다 없어졌다”고 했다.

서울시내에 위치한 콜라텍 수는 점차 줄어가는 모양새다. 1000원의 입장료로는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소방청이 집계하는 서울시내 콜라텍 숫자는 지난 2017년 52개였지만 올해 초에는 그 숫자가 47개로 감소했다. 상당수는 영등포ㆍ구로구에 밀집해 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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