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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최영진 중앙대 교수] 김병준, 문재인의 기회
자유한국당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선택했다.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2년 넘게 청와대 정책실정을 맡았다. 2006년 교육부장관에 내정되었을 때 그를 낙마시킨 게 자한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었다. 그러나 세상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민주당과 거리를 두어왔던 그가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에 내정될 정도로 변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한당이 패배했을 때 가장 먼저 부른 외부강사도 그였다. ‘노무현 사람’으로 불리던 그에게 자한당 의원들이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미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이다. 그가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던 시절 문 대통령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민정수석을 맡았다. 문 대통령이 정무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도왔다면 김 비대위원장은 핵심 정책브레인 역할을 담당했다. 참여정부 집권 후반기를 이끌었던 양 날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사람이 멀어진 것은 2007년 민주당 대권 후보경선과정에서 김 비대위원장이 김두관 후보를 밀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이후 친노세력에 대해 곧잘 쓴소리를 내면서 더욱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 가장 충격적인 반전은 최순실 파문으로 벼랑 끝에 몰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를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했던 일일 것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에게 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넘기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그는 총리 내정을 수락했다. 그래도 그가 같은 편이라고 믿었던 문 대통령으로서 큰 배신감을 느꼈을 수 있다. 물론 문 대통령이 자신의 심정을 솔직히 말한 적은 없다. 기자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도 “사람에 대한 문제라기보다 국면을 수습해가는 방식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이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과거에는 한 배를 탔지만, 이제 다른 배에서 서로 마주 보게 된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어떤 조합을 만들어낼지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적어도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린 것이다. 제1야당의 도움이 절실한 이때, 그래도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이가 자한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했지만, 적어도 자한당과의 관계는 적대와 불화 그 자체였다. 국회선진화법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자한당이 반대하는 그 어떤 입법도 용이하지 않다. 입법도 입법이지만 남북관계를 비롯하여 국론을 분열시키는 어려운 의제들이 도처에 깔려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야당의 협조 여부에 정책추진의 성패가 달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등장한 그 어떤 정부도 야당과 진정한 의미의 국정 파트너십을 구축하지 못했다. 한국의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누리고 있지만, 정책추진에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입법에 있어서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발짝도 나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 비대위원장의 등장은 한국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전례 없는 기회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협력적 여야관계, 즉 협치의 가능성이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그런 관계 말이다. 문 대통령과 김 비대위원장이 그 가능성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두 사람이 한 때 노무현 정부를 이끌었던 양 날개였다면, 이제 대한민국의 비상시킬 양 날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 비대위원장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실질적으로 대우해야 한다. 예전에 그랬듯이 수시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 김 비대위원장도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치적 대척점이 아니라 서로 좋은 경쟁관계, 보완하는 관계”로 보고 있는 것도 좋은 징조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 우연찮은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파도가 왔을 때 제대로 올라타는 것이 진정한 통치자의 능력임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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