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토회원국 국방비 증액 요구
제5차 SMA협상 판도 영향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거듭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 증액을 요구했다. 트럼프의 압박공세는 4 차례의 협상 끝에 합의문 작성검토 단계에 들어간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판도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담 차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앞에서 기자들에게 “나토, 영국, 그리고 푸틴 세가지 업무가 있다”며 “솔직히 이중에서 푸틴이 제일 쉬운 일이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말했다. 방위비 비용을 이유로 세계 최대 안보동맹 블록이자 서방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결사체였던 나토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을 향해 거듭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비난한 바 있다.
문제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비칠 ‘안보동맹’에 대한 인식이 제 5차 SMA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나토 정상회담이) 분담금협상에 직접적 영향은 주지 않더라도 전체 방향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총액 증액 및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26~27일 서울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제 10차 한미 SMA 4차 회의에서 미국은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는 입장을 견지했다고 정부 당국자는 밝혔다. 우리 정부는 SMA는 주한미군 주둔에 관한 비용이며, 전략자산 비용은 논의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지만, 미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미군의 주요군사장비(SME)에 대한 직간접 지원현황까지 정리해 설명했지만, 미측은 군사장비 및 전략자산 유지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인정하면서도 재정적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SMA 협상에서 보이는 미측의 완고한 입장은 외교안보현안을 철저히 장사꾼 원칙으로 풀어나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돈의 논리’에서 비롯됐다. 지난 6ㆍ12북미정상회담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이유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은 아주 비싸다. (훈련 중단으로) 내가 많은 돈을 절약했고, 그건 우리에게 좋은 것”이라고 자랑하듯 말했다.
한미 훈련중단과 6ㆍ12 북미 정상회담 계기 마련된 북미 대화국면으로 일각에서는 미국의 SMA 인상 압박명분도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미측은 북미 대화국면이 아직 ‘정착단계’에 들어서지 않은 만큼, 우리 정부의 안보부담이 늘어나야 한다는 인식을 관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소식통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을 수록 한국의 협상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한미훈련을 재개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한국에 보다 많은 비용부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6~7일 북미 정상회담 후속협상으로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으로부터 뚜렷한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미 외교소식통은 “한미 SMA는 장기적 안보동맹에 대한 비용부담문제를 다루는 영역인 만큼, 유동성이 많은 변수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며 “오히려 우리의 협상 입지를 약하게 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돈의 논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재협상까지 이끌어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우리 정부가 미국의 FTA 재협상 요구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자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를 적용해 협정 자체를 폐기하겠다고 협박, 재협상에 성공했다. 우리 정부는 철강 관세폭탄을 면제받는 대가로 자동차 분야 등에서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