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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현실적이면서 충격적인 김경욱의 ‘거울보는 남자’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소설 가운데 어떤 부류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같은 현실감이 뚜렷한 특징을 갖는가하면, 또 다른 부류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며 작가가 의도하는걸 강렬하게 환기시키는 작품이 있다. 또 어떤 소설은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워 정신없이 빠져들게 되는데, 주로 쟝르소설이 그렇다. 김경욱의 소설 ‘거울 보는 남자’(현대문학)를 굳이 분류하자면 이야기의 재미, 탄탄한 짜임새를 갖춘 쪽에 둘 만하다.

미스터리 형식을 빌린 이 소설은 에드워드 호퍼풍으로 마주 앉은 여자와 남자의 모습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그 속엔 많은 게 암시돼 있다. 여자는 남편의 첫 기일, 공원묘지에 갔다 돌아오는 전철역 플랫폼에서 남편과 꼭 닮은 옆모습을 한 남자를 발견하고 뒤쫒게 된다. 합정역을 빠져나와 남자는 골목들을 지나 미용실로 들어가고, 여자는 홀린듯 미용실 의자에 앉는다. 남편은 복사꽃이 화려했던 4월1일 돌연한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고 보험회사 직원에 따르면,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듯 핸들을 반대쪽으로 꺽었다며 의문을 남긴다. 여자는 머리 손질을 핑계로 자주 미용실을 찾고 건너편 카페에서도 남자를 주시하게 된다. 남자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녀에게 접근하면서 여자는 남편으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의 욕망을 남자에게서 확인하고자 한다.

연극무대로 치면, 여자의 방백으로 처음부터 끝가지 진행되는 소설을 정교하게 짜내려간 작가의 솜씨가 일품이다.

남편의 사랑의 실체와 미용사 남자의 정체, 여자의 욕망과 남편의 사고를 섬세하게 직조해나가며 궁금증을 증폭시킨 소설의 결말은 파격적이다. “19금 대신 30금을 붙여야 할 것만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소설 밖에 있다.

‘작가의 말’에서 김경욱은 지난해 시애틀의 한 신문에 실린 기사에서 이 소설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는 죽은 남편의 얼굴을 이식한 남자와 만난 미망인의 얘기. 구글을 통해 찾아낸 기사와 영상은 한마디로 쇼킹하다.

현실은 더 드라마 같고, 김경욱의 소설은 초현실적이면서 현실적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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