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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 벌점ㆍ과태료 쌓이는 구급대원들
[헤럴드경제 TAPAS=구민정 기자]#구급차가뒤집혔다

교차로 한복판에서 사고가 났다. 다른 방향에서 오던 스타렉스가 1㎞ 가량 남은 응급실을 향해 달리던 구급차의 뒷부분을 들이받은 것이다. 이 사고로 구급차에 타고 있던 90대 환자가 사망했고, 운전자 구급대원 대학생 실습생 등도 경상을 입었다.

지난 2일 광주시에서 스타렉스 차량이 교차로에서 구급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구급차로 이송중이던 90대 환자가 사망했다. [출처=연합뉴스]

스타렉스 운전자는 신호를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구급차가 신호위반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언론은 해당 구급차를 운전한 대원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고, 이에 ‘구급대원이 처벌 받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법과 법

우선 도로교통법 부터 보자.

- 소방차
- 구급차
- 혈액 공급차

이들은 법에서 정한 ‘긴급자동차’다. 위급한 상황에서 운행되는 만큼 신호와 속도를 제대로 지키면서 다니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도로교통법에서도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제29조)과 속도위반, 신호위반 면제(제30조) 등을 말하고 있다.

또 다른 법을 보자.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해 형사처벌 등을 하기 위해 만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엔 구급차, 소방차에 대한 내용이 없다. 이에 일부 언론은 특례법에 긴급차량에 대한 내용이 없으니, 사고가 발생하면 구급차와 소방차 대원들이 형사적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에 대해 2016년 이미 국회가 움직인 바 있다. 구급차,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의 운전자가 긴급출동 중 교통사고를 내더라도 인적 물적 피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줄여준다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한 것이다. 제158조의2(형의 감면)는 ‘긴급자동차의 운전자가 그 차를 본래의 긴급한 용도로 운행하는 중에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그 긴급활동의 시급성과 불가피성 등 정상을 참작하여 제151조 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제1항에 따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국회 관계자는 “현행 특례법 상에 면책 조항이 없더라도 개정법안에서 형법상 감면과 면제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 개정 내용이 (특례법에서 면책조항이 없는 상황과는 상관없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증명하시오

하지만 현장에서 대원들이 느끼는 부담은 여전하다. 결국 사고가 나면 대원들이 시급성과 불가피성을 각종 서류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명하지 못하면 그대로 특례법 위반으로 처벌받고 자체 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 한 사설구급차 관계자는 “모든 출동상황이 시급하고 불가피하다. 예나 지금이나 ‘사고나면 어떡하지’하는 대원들의 심리상태는 똑같고 현실적으로 책임을 면해주거나 줄여주는 일은 아직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다”며 “사고가 나면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때라도 똑같은 승용차로 인정받아 대원 개인이 벌점과 과태료 등을 부과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 또 다른 문제는 벌점과 과태료다. 사설구급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구급대원들은 “속도와 신호를 위반해도 면제를 받으려면 각종 제출서류가 필요하지만 환자 본인 혹은 보호자만 뗄 수 있는 서류 등을 요청해 울며 겨자먹기로 납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소방대원도 “출동할 때 사고가 나면 운전자의 귀책 사유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하니깐 운전하는 대원은 부담감을 이런 데서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업무중인 긴급자동차 운전자에 대해 형사적 입건 자체가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대 국회에서 위급상황에서 발생한 긴급자동차의 사고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통과되지 않고 있다. 이에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운전대를 잡는 대원들이 입건되는 현실도 바뀌지 않는 것이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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