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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태, 폐기했다던 자료 백업했다


작년 10월 ‘디가우징’전 9월에 파일 백업, 사적 소유 가능성…검찰 강제수사 나설지 초미 관심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이 ‘완전히 폐기했다’던 재임시절 하드디스크 자료를 백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대법원에 없는 자료를 양 전 대법원장이 사적으로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생긴 셈이어서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5일 대법원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퇴임 직후인 지난해 9월 25일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SSD 각각 1개씩을 폐기할 것을 행정처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이때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데이터 백업이 완료됐다’고 통지했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이 어떤 파일을 백업했는지 따로 확인하지는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이 퇴임한 지 10개월이 넘어 백업 파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법원행정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일정 등으로 인해 퇴임 한 달이 넘은 지난해 10월 31일에서야 ‘디가우징(Degaussing)’ 방식으로 하드디스크를 완전히 폐기했다. SSD는 디가우징이 불가능해 구멍을 뚫어 폐기했다. 자기장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데이터를 없애는 ‘디가우저’기기는 2014년 도입돼 차한성 전 대법관 퇴임 이후부터 사용됐다.

검찰은 아직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사건 관련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지만, 증거자료는 법원과의 협의 하에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대법원 청사 내에서 법원행정처 관계자 입회 하에 수사에 필요한 파일을 복구하기로 협의를 마쳤다. 하지만 여기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재임시절 컴퓨터에 저장했던 파일은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이 법원에서 제출한 파일을 검토한 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따로 파일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직 대법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반 피의자였더라면 벌써 압수수색 했을 일”이라며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할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일선 판사를 뒷조사하거나, 특정 학회 활동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등 혐의 적용을 거론하면서도 ‘재판거래 의혹’은 사실로 드러난다고 해도 범죄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각종 의혹과 연관이 있는 시기인 2014~2016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 전 대법관도 2차례에 걸쳐 컴퓨터 저장장치를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 임기를 마치고 대법원 재판업무로 복귀하면서 2016년 8월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 방식으로 폐기했다. 퇴임일인 이듬해 7월1일에는 대법관으로 사용하던 컴퓨터 자료도 없앴다. 다만 박 전 대법관도 자료를 별도로 백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법행정권 남용행위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법원 자체 조사 과정에서 박 전 대법관이나 양 전 대법원장에게 구체적인 사안을 보고를 했는지에 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 소장 판사들은 사법행정권 남용이나 재판거래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기존 관행에 따라 자료를 폐기한 게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은 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용하던 하드디스크에 대한 물리적 폐기 조치는 통상적인 업무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개별 하드디스크 교체나 폐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결재절차가 없어 현 대법원장이나 김소영 당시 법원행정처장은 폐기 사실을 알거나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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