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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국무, 北협상 앞두고 CVID 표현 접었다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北비핵화에 유연한 접근법 구사
-韓 외교관계자들 美에 “상호위협감소 접근” 강조
-美 내부에도 “북핵기술 고도화…‘해결’이 아닌 ‘관리’해야”는 지적 있어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국무부가 최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및 ‘양보 없는 비핵화’ 식의 강경기조를 접고 보다 유연한 접근을 통해 북한의 핵폐기를 유도하려는 접근을 보이고 나섰다.

미 국무부는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1일 판문점에서 북한과의 짤막한 실무협상을 벌인 이후 CVID라는 표현을 접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로 비핵화 목표를 재정립했다. CVID는 전력생산을 위해평화적 활동으로서 우라늄농축을 하겠다는 북한의 ‘평화적 핵활동’도 거부하기 위해 조지 W.부시 행정부가 만든 표현이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5월 김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6ㆍ12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비핵화 실무협의를 진행할 때도 최 부상은 ‘CVID는 협상테이블에 오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4일(현지시간) 정부관계자를 인용해지난 주말 판문점에서 진행된 북미 간 접촉에서도 북측이 CVID를 포함한 최종 합의문에 담을 핵심용어들에 반대해 비핵화 관련 핵심용어들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데에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및 용어사용에 있어 북미 간 이견이 큰 상황에서 미국은 결국 북한의 요구에 타협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협상 상황이 “구부리느냐 아니면 깨뜨리느냐의 선택”이라며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구부리는 길’을 택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보다는 단계적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추진하라는 한국 측의 조언이 있었다고 했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한국의 한 당국자가 지난달 워싱턴 DC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 당국자들에게 CVID는 북한의 정권교체로 귀결될 수도 있는 일방적 군축방안이라며 ‘상호 위협 감소’에 방점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이 한국 당국자는 북한 측이 난색을 표명할 수 있는 만큼, 수백 명의 조사관이 현지에 들어가는 관례적인 핵 사찰방식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피력했다고 한다.

관건은 국무부의 유연한 자세가 북한의 가시적이고 실제적인 비핵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북한이 비밀 핵ㆍ미사일 시설을 확대ㆍ운영하고 있다는 정황이 공개되면서 미국 워싱턴 조야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다. 특히 6ㆍ12북미정상회담 및 후속협상에서 이뤄질 합의에 법적 구속력을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는 미 의회에서 비판 목소리가 커졌다.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김정은이 미국을 기만하려 한다는 미 정보 당국자들의 평가는 놀랄 일이 아니다”며 “‘검증 전 신뢰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은 순진하고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북한을 향해 전쟁을 막을 마지막 기회이며, 핵 프로그램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끝내기를 거부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기만한다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유연한 접근’을 모두 반대하고 있는 건 아니다. 38노스를 운영하고 있는 조엘 위트 스팀슨 센터 수석연구원은 앞서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1년 내 핵ㆍ미사일 폐기 및 대량살상무기(WMD) 파괴를 요구할 것이라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주장에 “그것이 협상의 최종목표가 된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미관계 악화 구실만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이 서로의 요구를 절충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볼턴 보좌관의 요구는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도 “북한은 체제보장이 확보될 때까지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10년 간의 3단계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프로그램 전체를 곧바로 포기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주요부분에 대해서는 흔쾌히 해체하려고 할 수도 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은 김정은이 몇 달 내에 어느 정도의 프로그램을 해체하려고 할지에 대해 탐색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를 위해 (북한을 자극하는) 일부 용어를 쓰지 않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면 워싱턴은 이 시점에서 흔쾌히 그렇게 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며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의 주요 요소들에 대한 ‘검증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인만큼 워싱턴은 조용히 (CVID 대신) FFVD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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