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진출한 50여개의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에서 철수한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고강도 제재 의사를 밝히자 프랑스 최대 에너지기업인 토탈과 자동차 회사인 푸조, 독일 전자회사인 지멘스 등 5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란과 거래 중단 의사를 밝혔다.
이들 기업들은 현지 정부가 지속적으로 거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이란에서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의 브라이언 훅 정책기획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이란에 혹독한 경제 압박을 가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13개 국가들을 방문해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이란과 거래를 계속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란에 대한 제재 규정을 공격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제재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주저하지 않고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훅 기획관은 이란산 원유수입을 차단해 이란 경제를 강도높게 압박하겠다는 미국의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이란의 원유 판매 수익을 ‘0’으로 줄여 이란 정권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며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여유 생산력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자신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 중국, 인도 등에 11월 4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하며 위반할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인도와 터키가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거부한 상태다.
FT는 핵 개발을 하던 북한이 미국의 경제 압박으로 대화 테이블에 나온 사례를 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제재에 대한 국제적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란이 새로운 핵 협상에 참여할 때까지 유럽과 아시아, 중동의 동맹국들이 미국의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날 훅 기획관은 “이란 경제 제재에 대한 각국의 면제 요청을 사안별(case-by-case)로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11월 초 이후에도 사안별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서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시사해 이란에 대한 고강도 제재에 따른 시장의 불안을 최소화 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훅 기획관은 이번주 말 유럽을 방문해 프랑스, 독일, 영국 정책 기획자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재무부 고위 관료와 함께 걸프 지역 국가들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황유진 기자/hyjgo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