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백악관대변인 공식발표
6·12 회담후 23일만에 협상재개
‘시간표’ 제시 완전 비핵화 요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 시간으로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2박 3일 간 방북해 6ㆍ12 북미정상회담 이후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조치를 조율하기 위한 협상에 나선다고 미국 백악관이 공식발표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이 “현재 진행중이며 중요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 오는 5일 북한으로 떠난다”며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지도자와 그의 팀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6·12 북미정상회담 다음 주에 바로 개시될 것으로 예상된 고위급회담이 23일만에야 열리게 된 것이다. ▶관련기사 4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비핵화와 관련한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 조야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는 만큼, 회의론을 달래기 위한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최근 미 국방정보국(DIA)과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등 학계 분석자료를 인용해 북한이 비밀 핵ㆍ미사일 활동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북한이 미사일제조공장을 확장하고 있다는 위성사진 분석자료가 공개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다.
북미접촉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6ㆍ12 북미정상회담에서 언급됐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등 ‘안건 별’로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데에 합의가 이뤄지면 미국이 북한의 ‘시간끌기 전략’에 휘말렸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도, 김 위원장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방북으로 구체적인 핵시설 신고 및 검증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북미가) 상호 불신을 불식하기 위해 비핵화 시간표 및 본격적인 핵ㆍ미사일 시설 신고에 대한 의견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성과는 김 위원장이 전면적인 핵ㆍ미사일 시설 신고에 동의하고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비핵화를 추진하느냐에 대한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BS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전면적인 정보공개를 한다는 전제 하에 북한의 핵ㆍ미사일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WMD)를 1년 내에 해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같은 비핵화 시간표를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CNN 인터뷰서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과 거리가 있다.
하지만 샌더스 대변인이 이날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결정한다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1년 안에 해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긍정적인 변화를 향한 큰 모멘텀이 있고, 우리는 추가 협상들을 위해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부인하지 않았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요구할 비핵화 모델을 최종조율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비핵화 시간표 없는 협상은 있을 수 없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CNN방송에서 한 발언은 (비핵화와 관련) 더딘 반응을 보이는 북한을 유인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상당히 구체적인 기준들을 완화시켜준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일 앤드류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 센터장은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판문점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장 겸 통일전선부장 및 북측 실무단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알려진 것과 달리 특별한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일 판문점 회동이) 의전이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일반적인 절차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짧았던 것일 수 있다”며 “비핵화의 디테일을 다룰 실무단계에서 (북미간) 대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또다시 포괄적인 수준에서의 합의가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한국전쟁 때 실종된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 방문에 이어 7일부터 8일까지 일본 도쿄를 방문해 한국과 일본의 지도부를 만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final, fully verified) 북한 비핵화 합의를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일본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