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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2P 사기 대란’ 고·고·단 유혹이 화 키웠다
‘2시펀딩’대표 도주…피해 눈덩이
담보 거의 가짜…감독부재가 화근

“‘고ㆍ고ㆍ단(고금리ㆍ고리워드ㆍ단기)으로 돈 벌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최근 가짜 사업 진행상황을 보여주며 투자금을 가로채 일본으로 도주한 ‘2시펀딩’ 임원들이 투자자들에게 홍보했던 문구다. 입소문을 타고 지난 5월까지 누적대출액만 208억원을 넘어섰다. 2시펀딩의 ‘고ㆍ고ㆍ단’ 신화는 계속될 것 같았지만,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투자자 모임에서 상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대표 전모 씨가 일본으로 도주했고, 다른 임원들도 종적을 감췄다. 뒤늦게 투자자들이 고소장을 접수해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최근 주요 임원 홍모 씨가 붙잡혔지만, 이미 투자금 대부분은 사라진 뒤였다.

연쇄부도와 잠적으로 고통받는 P2P 대출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다. P2P(peer to peer)금융은 온라인 상에서 개인과 개인의 대출을 중개해주는 시스템이다. 은행이나 주식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입소문에 금융당국의 핀테크 육성정책까지 겹치면서 최근 2~3년 새 P2P 업체는 우후죽순 생겨났다.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국내 P2P 업체 170여 곳의 누적 대출액은 3조5037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P2P 사업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금융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과대광고가 있었다. 단기간에 두자릿수가 넘는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광고에 투자자들의 돈이 몰렸다. 문제가 된 2시펀딩도 2개월 동안 18~20%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금을 모집했다. 투자자에게 상품권 형태로 수익을 추가 지급하는 이른바 ‘리워드’도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정작 담보로 내세웠던 부동산과 수입차는 대부분 실체가 없는 가짜였다.

가짜 상품을 내걸고 투자금을 모집하다 대표 등이 잠적한 P2P 업체는 오리펀드와 하이원펀딩 등 지금까지 드러난 곳만 10여 곳에 달한다. 이미 투자자 모임 등에서는 최근 연체율이 급격하게 오른 4~5곳을 ‘예비 먹튀’로 부르며 투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전문 P2P 업체인 이나리츠가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금감원에만 200여건이 넘는 민원이 제기됐다.

문제는 P2P 업체가 가짜 담보로 투자금을 모집하거나 부실운영을 하더라도 현행 금융제도하에서는 마땅한 규제책이 없다는 점이다. 해외 원자재에 투자하면 월평균 10%의 수익률을 준다며 투자금을 모았던 더하이원펀드는 문제가 터진 뒤에야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던 원자재 사진이 가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시펀딩의 경우에는 서류상 대표이사가 사실은 운전기사였고, 실제 대표는 채권팀장으로 등록돼 있는 등 부실운영을 해왔지만, 아무런 감시나 감독을 받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문제가 된 상품들은 추가 투자금을 이전 투자자들의 이자로 지급하는 방식의 전형적인 유사수신 수법이 대부분이었다”며 “이 때문에 지난 2월까지 금감원이 모든 P2P업체에 대해 등록을 요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실기업 등이 줄줄이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P2P금융 관련 피해가 커지자 정부는 뒤늦게 관리감독 방안 마련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익을 담보한다거나 원금 보장을 약속하는 P2P 업체는 모두 불법으로 봐야 한다”며 “단기간 고수익 광고에 속지 말고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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