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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 인터뷰] “시향과 한국에 애정있는 외국인 음악감독 영입 추진”
 
강은경 서울시향 신임 대표에겐 예술분야 수장의 공석을 채워 예술성을 담보하는 한편, 커뮤니티 내 소통강화라는 공적 과제가 함께 주어졌다. [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인간 강은경
법학·예술경영 전공 독특한 이력 소유
취임 3개월…2인3각 마라톤 하는 심정
브람스 ‘비의 노래’ 연주전제로 연습도

예술경영인 강은경
내부 구성원·관객·후원자와 소통 중시
공공기관 대표의 역할은 ‘조정자’ 소신
전용홀은 당위…’시민의 공간’ 역할도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사면초가다. 시작은 박현정 전 대표이사와 직원간의 마찰(2014.12)부터였다. 박 전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사안이 소송전으로 번지는 사이 정명훈 예술감독이 사퇴(2015.12)하고, 진은숙 상임작곡도 떠났다(2018.1). 예술 수장만 공석이었던 게 아니다. 박 전 대표이사 이후 대표를 맡은 최흥식 대표도 2017년 9월 다른 기관으로 자리를 옮겨 행정 수장도 공석인 채 5개월 넘는 시간을 보냈다.

이 자리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이 강은경 신임 서울시향 대표이사다. 강 대표는 예술경영에서 독특하고도 독보적인 이력을 자랑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서 예술전문사와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대원문화재단, 예술경영지원센터를 거쳐 한예종에서 예술경영을 가르쳤다. 지난 3월 1일 취임 이후 3개월 넘게 서울시향을 이끌면서 ‘이제는 (서울시향)내부인이 돼 버렸다’는 강은경대표를 헤럴드경제가 최근 만났다. 그는 공공예술기관의 대표는 일종의 ‘조정자’라며 내부 구성원, 관객, 서울시, 후원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조정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공공예술기관답게서울시향은 예술성 담보는 기본이고 커뮤니티내에서 공적역할을 수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할 일이 많은 시기에 대표로 오셨다. 100일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LA 필하모닉을 이끌었던 데보라 보다 전 CEO가 그랬다. "오케스트라 경영은 진화하는 것이라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오케스트라 경영은 장기 마라톤이다. 그것도 2인 3각 마라톤.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큰 그림을 그려서 다같이 뛴다는 면에서 그렇다.
취임하고나서 직원들과 개별 미팅을 갖고 조직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정기공연도 대부분 참석했다. 누구보다 마음이 급하다면 급하다. 그러나 시급성보다는 적합성이 우선이다. 특히 음악감독 선임문제가 그렇다.

-음악감독, 부지휘자, 상임작곡가 선임 등 굵직한 결정을 내려야하는 데 고민이 많겠다.

▲‘민주주의는 건강한 것이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가능한한 많은 분들의 합의를 거쳐서 결정하려한다. 공공예술기관의 대표는 일종의 ‘조정자’다. 서울시향의 주주들이라고 한다면 관객, 후원자, 관계자, 서울시, 그리고 내부 직원들 등이다. 이들의 요구를 조정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다만, 21세기 공공예술기관에 요구되는 덕목은 이전과는 다르다. 예전엔 세금이나 공적 기금을 바탕으로 수준높은 예술성을 담보하라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예술과 공공을 균형있게 가져가야한다. 이미 서구에서도 지역사회화 호흡, 소통, 교육프로그램 마련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시향도 더 소통 지향적이어야한다. 그렇게 관객층을 넓히고, 관객으로부터 사랑받아야한다.

-같은 조건이 음악감독에게도 적용되는가. 예술성에 더해 공공적 소통을 해야한다는 것?

▲그렇다. 예술적 요청과 공공적 요청을 모두 이해하는 분이어야한다. 그런 의식있는 분이 음악감독으로 오셔야한다. 오케스트라의 예술적 잠재력을 끌어내 역량을 강화하는건 기본이고 지금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공공적 소통 강화에 부응하는 지휘자가 필요하다. 단원들은 물론 서울시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최흥식 전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지휘자도 음악감독 대상 풀에서 검토했으나, 해외 네트워크에 적합한 분이 없어 외국인 지휘자 중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훌륭한 역량을 보유한 세계적 지휘자는 많다. 음악감독은 단원들과 소통도 중요하다.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소통할 수 있어야한다. 또한 서울시향에 대해, 한국에 대해 애정이 있는 사람이어야한다. 늦어도 올해 안에는 선임하려한다.

-예술 수장 자리가 비어있어서, 서울시향의 연주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음악감독이 시급하지만, 수석객원지휘자 시스템을 통해 공연엔 문제가 없다. 단원들 연주력도 굉장히 안정적이다. 지금도 한주에 2~3회 공연이 있는데 어떤 지휘자가 와도 찰떡같이 맞춰간다. 까다로운 음악평론가나 전문가도 ‘시향의 공연이라면 믿을만 하다’는 선이 생겼다고 했다. 여러 실력있는 지휘자와 맞춰본다는 것이 서울시향에겐 좋은 기회로 작용하기도 했다. 지휘자도 서울시향을 평가하지만 서울시향도 지휘자를 평가한다.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향 대표는 늘 전용홀을 이야기한다. 실제 가능성이 몇 퍼센트라고 보는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전용홀은 당위다. 예술단이 제대로 활동하려면 상주공간은 필수다. 서울시 위상을 가지고 있는 도시의 커뮤니티 오케스트라는 대부분 자신의 집이 있다. 세종문화회관도 물론 좋지만 공간을 빌려쓰다보니 연습공간 부족의 문제가 늘 있다. 공연 때 마다 러시아워에 100명넘는 직원이 롯데콘서트홀과 예술의전당으로 움직이는 것도 문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주자나 지휘자를 초청하고 싶어도 공연장 일정이 우선이다.

전용홀은 서울시향에게는 상주공간이나, 시민에게는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클래식 전용공간이다. 다시말해 시민의 콘서트홀이다. 정치가나 기업에 좌우되는 곳이 아닌 시민들의 공간이다. 서울시향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일 뿐이다. 콘서트홀 앞에서 웨딩사진을 찍을정도로 시민에게 다가가고 합의를 이끌어내야한다. 지역사회 소통이 그래서 중요하다.

-계속 커뮤니티내 ‘소통’을 강조하는데, 부연설명 해달라.

▲클래식으로 대중에게 더 다가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클래식 대중화’를 외치는건 아니다. 다양한 층위에 맞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레퍼토리, 해석에서 탁월성을 보여주는 것부터 직접적으로 해석을 들려주거나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 까지 맞춤형 시도를 해야한다. 공연장에 오는 사람 뿐만 아니라 오기 힘든 분들을 위해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다양한 매체, 공연 성격의 층위를 고민하고 있다.

-바이올린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좋아하는 노래가 있나. 대표가 무대에 나서는 경우가 생길까 궁금하다.

▲무대에서 연주는…, 전문가들 앞이라 망설여지는데, 전용홀이 생길 수 있다면 드레스입고 연주에 나서겠다.(하하)

바이올린은 학생때 예술학교 다니며 했다. 대학은 결국 법대로 가면서 음악은 취미로 하게 됐다. 좋아하는 음악은 너무 많다. 실내악을 굉장히 좋아한다. 세상엔 아름다운 곡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지금 들리는 음악이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일명 ‘비의 노래’다. (인터뷰 내내 같은 곡이 잔잔하게 깔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라 따로 악보를 사서 피아니스트만 있으면 협주하리라 연습도 했다. 무척이나 서정적이라 가을노래 같기도 한데, 브람스가 오스트리아로 휴가갔다가 쓴 곡이다.

-주 52시간 근무가 이슈다. 예술성을 추구하는 기관에게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보인다.

▲현재 출근해서 리허설하는 시간은 주 52시간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단원은 특수 노동자들이다. ‘9시 출근-6시 퇴근’이 아니라 공연 스케줄에 따라 연습이 잡히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공연을 하기위해 본인들이 노력해야하는 연습시간도 있다. 문제는 이 연습시간이 근무시간에 해당하느냐다. 현재는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컨설팅과 연구, 해외리서치를 통해 앞으로 정리해야할 부분이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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