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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합] 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은 부당하지만 병역법은 합헌”

-“병역거부는 위헌이지만, 대체복무제 도입하면 해결”
-국회에는 “내년까지 대체복무제 입법하라 촉구
-처벌 조항 자체는 위헌 결정 안해… 재판에는 큰 영향 없을 듯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에 적용됐던 병역법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종교적 사유나 개인의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자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지만, 이것은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해 해결할 문제고 병역법 자체가 위헌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처벌 근거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했다. 다만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보고 국회에 2019년 12월 31일까지 입법을 마련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날 9명의 헌법재판관들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게 헌법 위반이냐에 관해 의견이 엇갈렸다.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처벌 규정이 합헌이라고 봤다. 이진성, 김이수, 이선애, 유남석 재판관은 일부 위헌 의견을 냈고, 김창종 재판관은 헌법재판 대상이 아니라는 ‘각하’의견을 냈다.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내야 한다.

◇헌재, “병역거부자 처벌 조항은 합헌”=병역법 88조는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을 기피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입영을 기피할 정당한 사유에 종교적 사유나 개인적 신념이 포함되는 것인지에 관해 일선 법원 판결이 엇갈려 왔다. 서기석, 강일원 재판관은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병역거부자가 나오는 것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처벌 조항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두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더 이상 대체복무 이행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까지 대체복무제 마련해야”=헌재는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게 위헌이라고 결론냈다. 하지만, 현행 병역법을 당장 무효화할 경우 정상적인 징병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2019년 12월 31일까지는 지금 시행 중인 병역법을 적용하고 그 이후 무효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 국회를 향해 그 전까지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는 병역자원의 감소를 논할 정도가 아니다”라며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병역자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해 종교적 사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은 460명이고, 기타 신념을 이유로 삼은 병역거부자는 1명에 불과했다. 헌재는 “현혁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기간과 관련해 형평성을 확보해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심사의 곤란성과 양심을 빙지한 병역기피자의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병역거부자 현행법으로 처벌할 지는 판단 유보…공은 대법원으로=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게 부당하지만, 처벌 조항 자체를 위헌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냈다. 결과적으로 위헌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으므로, ‘처벌이 부당하다’는 헌재의 결론을 법원이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법원에 재판 중인 사건에서는 지금처럼 결론이 계속 엇갈릴 전망이다. 병역법 위반으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수형자들도 출소할 수 없고, 그동안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들도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근거가 없다. 결국 앞으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할 것인지에 대한 최종 결론은 사실상 대법원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대법원은 8월 입영을 거부하는 ‘정당한 사유’에 개인의 신념이나 종교적 사유가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해 공개 변론을 연다. 올 연말까지는 결론을 낼 예정이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냈으므로, 재판부가 유,무죄 판단을 할 때 이 부분을 참작하는 정도는 가능할 전망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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