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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독일은 왜 ‘전차군단’이라 불릴까?
[헤럴드경제 TAPAS=이유정 기자] 흔히들 ‘전차군단’이라 한다.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을 가리키는 별칭이다. 유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병력의 핵심이 된 전차 군단. 별도의 기갑부대를 편성해 전차를 선두에 세우고 전쟁을 벌인 독일에게 전차는 군사력의 상징이었다.


1940년 집단화 된 기갑부대를 앞세운 독일은 7주 만에 프랑스를 점령했다. ‘티거 전차’는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독일의 중전차로 유명하다.

하지만 ‘전차군단’이란 별칭은 정작 독일에서는 쓰지 않는다. 이 표현은 한 외신기자가 독일 축구의 조직력을 2차 대전 당시의 독일 전차에 빗댄 데서 시작됐다.

독일 현지에서 널리 쓰이는 별칭은 디 만샤프트(Die Mannschaft). ‘더 팀(The Team)’이라는 의미다. ‘국가의 11인’이란 뜻의 ‘디 나치오날레프(Die Nationalelf)’도 있다. ‘전차군단’만큼 군국주의적인 느낌은 덜하지만 동물이나 유니폼, 국기 색상에서 유래된 별칭이 많은 타 국가들과 비교해 확실히 집단적 조직력이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자 패전국인 독일의 역사는 독일 축구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조직력의 근간이 됐다고 평가된다. 1945년 5월 패망한 독일은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에 의해 4개의 점령지로 분할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는 대외 시합을 금지 당한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은 독일(서독) 대표팀이 월드컵 참가 제제가 풀린 후 처음으로 참가한 월드컵이었다. 여기서 ‘베른의 기적’이 일어난다. 전후 복귀한 첫 월드컵에서 약체로 평가받던 서독이 당대 최강팀이었던 헝가리를 3대 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빠른 템포로 몰아붙이는 헝가리에 대항해 서독은 특유의 빈틈 없는 조직력과 투지를 발휘했다. 이 예기치 못한 승리는 당시 절망에 빠져있던 독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독일의 일부 역사학자는 이 우승이 종전 후 독일 역사에 전환점이 됐다고 주장한다.


1954 스위스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베른 경기장에서 환호하는 관중들과 주장 프리츠 발터

그러나 집단과 규율이 강조된 독일 축구에 나치즘의 잔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일례로 독일은 서구 국가 중 가장 마지막까지 ‘순혈주의’를 고수한 팀이었다.

이런 독일 축구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2000년대 중반. 요하임 뢰브 감독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다. 요하임 뢰브는 독일 축구에 기술과 스피드를 접목함과 동시에 혼혈, 해외 이주민 2세 출신 선수들을 폭넓게 기용했다.

메수트 외질(터키계), 사미 케디라(튀니지계), 제롬 보아텡(가나계) 등이 그 예다. 이들은 현 독일 대표팀의 핵심 전력이자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주역들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스웨덴전[사진=FIFA홈페이지]


요하임 뢰브 감독이 극장골의 주인공 토니 크로스에게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

‘축구는 22명의 선수들이 90분 동안 공을 쫓다가 결국 독일이 이기는 스포츠.’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게리 리네커는 이렇게 말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서독에 패한 뒤 남긴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독일은 베른의 기적 이후 16회 연속 월드컵 8강에 진출했으며, 2002년부터는 4개 대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전차군단’ 답지 않게 삐걱이는 모습을 보이며 자국 팬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기도 한 독일 대표팀. 이번 월드컵에서 그들이 쓸 드라마는 어디까지일까? 축구는 결국 독일이 이기는 스포츠일지 앞으로 더 지켜볼 일이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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