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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강제집행 3곳 중 1곳 ‘몸싸움’…딜레마 경찰
[사진=헤럴드경제DB]


-2015년 강제집행 3만건 중 1만건 충돌 탓 미집행
-경찰은 불법행위ㆍ충돌 방지 대응 매뉴얼 신설
-일부 “경찰 개입 강제하는 방안 마련해야” 의견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는 새벽부터 한 가게를 두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3년째 세입자와 건물주가 임대료를 두고 충돌을 빚어온 ‘본가궁중족발’의 강제집행을 두고 집행관 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단체가 맞붙은 것이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께 궁중족발에 대한 부동산 인도단행가처분 집행을 하러 온 서울중앙지법 집행관들과 가게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활동가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몸싸움이 격화되며 결국 활동가 진모 씨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다툼은 법원의 강제집행 결정이 나온 이래 12번째 충돌이었다. 충돌이 반복되며 사태는 점차 커졌고, 마지막 충돌 사흘 뒤 세입자였던 김모(54) 씨가 건물주에게 둔기를 휘두르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결국, 김 씨는 살인미수와 특수상해 혐의가 적용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법원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흔한 풍경이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송파구의 한 교회를 두고 철거를 저지하려는 신도들과 집행관 측이 충돌했고,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버스차고지 철거를 둘러싸고 버스 업체 직원들과 강제 집행 용역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집행 사건은 지난 2002년 25만6917건에서 지난 2015년 81만9079건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잦은 충돌이 벌어지는 건물명도ㆍ철거 사건은 지난 2015년 3만3674건이 접수돼 이중 2만여건만 실제 집행됐다. 1만건 이상은 현장 충돌 등을 이유로 집행되지 못한 셈이다.

강제집행 현장에서 이처럼 인권 침해와 폭력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자 최근 경찰은 ‘강제집행현장 경찰조치 매뉴얼’을 만들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은 흉기를 이용한 저항이나 고공농성 등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집행 일시 연기를 요청할 수 있는 기준을 정했고, 그간 폭력 집행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 용역 문제에 대해서는 경비업법 위반 여부를 확인 후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명문화했다. 특히 집행관이 아닌 소유주 측에서 불법적으로 부른 용역에 대한 수사 기준 등을 포함했다.

한 일선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강제집행을 돕는 역할이 아님에도 현장에서 오해를 사는 일이 종종 있었다”며 “자세한 대응 매뉴얼이 마련된 만큼 현장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매뉴얼 확보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맘상모 관계자는 “불법 용역의 강제 집행 과정에서 다치는 약자들에 대한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그간 부상자가 속출했던 강제집행 과정에 경찰의 공정한 개입이 커진다면 불필요한 충돌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반복되는 강제집행 현장의 충돌을 막으려면 경찰의 매뉴얼 시행을 넘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 집행관법에 따르면 집행관이 경찰에 원조를 요청하는 경우 경찰은 이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경찰이 요청에 불응한다 하더라도 제재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소속 집행관은 “강제집행 자체가 법원의 판결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때 집행관이 강제적으로 판결 내용을 집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제집행 현장에서는 폭력 등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경찰의 강제조항과 함께 불응 시 제재할 방안에 대한 추가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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