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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러시아월드컵 깨알재미-응원편
[헤럴드경제 TAPAS=나은정 기자]Walk on, walk on With hope in your heart (나아가라 나아가라 가슴에 희망을 품고)
And you‘ll never walk alone (그러면 그대는 결코 혼자 걷지 않으리)
You’ll never walk alone(그대는 결코 혼자 걷지 않으리)


5월 27일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가 맞붙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기억하는가. 이날 경기가 특별했던건, 결과도 결과지만 리버풀 팬들이 때때로 부르던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그대는 결코 혼자 걷지 않으리)’이 기억에 남아서다. 절대 리버풀 팬이라서가 아니다. 이들은 팀이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이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을 위로한다. 가사가 너무 감동적이라, 축구팬이 아닌 사람마저도 이 노래를 들으면 울컥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축구 경기에서 서포터들의 응원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대회 13일차에 접어든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각국 응원단의 인상적인 응원 모습이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으며 예상 밖의 뜨거운 지지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박자 맞추기 의외로 어렵다, 아이슬란드


“둥-둥-후!, 둥-둥-후!, 후! 후! 후! 후!”

이번 대회에서 아마도 가장 기억에 남을 응원은 아이슬란드의 ‘바이킹 천둥박수’ 아닐까. 아이슬란드 응원단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북소리에 맞춰 “후” 소리를 외치며 박수를 친다. 그 소리가 천둥 소리를 닮았다하여 ‘천둥박수’라 불리는데, 네티즌의 말처럼 “간지” “대박” “소름”이다. 이 소리에 매료돼 아이슬란드를 응원하겠다는 네티즌도 넘쳐난다. 아이슬란드는 유로 2016에서 잉글랜드를 꺾고 8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낸 후 선수와 팬이 하나돼 이 박수를 선보였는데, 이로인 해 아이슬란드는 유럽인들의 ‘세컨드팀’(두 번째로 응원하는 팀)이 됐을 정도다. 한없이 절도 있고 남성미 넘치는 그들의 박수 소리를 듣다보면 뭉클한 무언가가 가슴 깊이에서부터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아이슬란드는 경기장을 뒤흔든 박수 소리에 힘입어 지난 16일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무승부라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지난 16일 러시아월드컵 D조 조별예선 1차전 아르헨티나-아이슬란드 경기에 앞서 아이슬란드 응원단이 바이킹 박수 연습을 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오로지 “브라질~”, ‘있는 집’ 응원은 다르다

응원하면 또 빠지지 않는 나라가 브라질 아닌가. 축구에 미친 브라질 축구팬들의 위용은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여전하다. 브라질 응원단의 구호는 그저 “브라질” “브라질”을 외치는 게 전부다. 구호를 외치거나 응원가를 부르는 것보다 춤을 추는 게 우선이다. 삼바, 이름만 들어도 흥분되는 그 춤. 브라질 응원단은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추기 바쁘고, 음악이 없으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삼바춤을 추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곳이 경기장인지 삼바축제의 현장인지 헷갈릴 정도. 브라질 여성들은 1년에 한번 있는 자국의 삼바축제를 위해 삼바학교에서 1년간 춤을 배운다는데, 월드컵은 이들에게 또 하나의 축제의 장이다. 월드컵에서 늘 브라질 미녀들이 화제가 되는 덴 다 이유가 있다. 

지난 22일 러시아월드컵 E조 조별예선 1차전 브라질-코스타리카의 경기에 앞서 브라질 팬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민요에서 팝송까지 “팝알못은 가라” 잉글랜드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답게 응원가만 1000곡이 넘는다. 잉글랜드 응원단은 별다른 응원 도구도 없이 오직 육성으로만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들은 경기장에서, 거리와 펍에서 얼싸안고 노래를 불렀다. 아래의 영상을 확인해 보시라. 당신도 모르게 어깨춤이 들썩이지 않는가. 이들이 부르는 응원가에는 그들의 국가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God Save the Queen)’를 비롯해 팝의 거장 비틀즈나 엘튼 존의 노래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응원가를 듣는 것 만이라도 잉글랜드 경기는 관전할 가치가 있다. ‘정신줄’ 놓고 따라부르다 보면 그곳이 콘서트장이나 다름없다.



유로 2016 당시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응원 모습.[출처=유튜브]


#방정맞은 그 입을 어찌할꼬, 멕시코

“여기가 러시아인지 멕시코인지 모르겠다.” 러시아월드컵 관계자의 말처럼 지금 러시아는 멕시코 축구팬들로 넘쳐난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러시아월드컵 입장권 240만장 가운데 6만여장이 멕시코에서 팔렸다. 개최국인 러시아, 미국, 브라질, 콜롬비아, 독일 다음으로 많다. 엄청난 관중 만큼 응원도 압도적이다. 지난 18일 독일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멕시코를 승리로 이끈 1등 공신은 어쩌면 응원일지 모른다. 이들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함성과 야유로 독일팀을 방해했다. 독일 골키퍼가 킥할 때마다 동성애를 비하하는 단어 “푸토(Puto)”를 외치며 욕설을 내지른 탓에 피파로부터 벌금 1100만원이라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 멕시코가 선제골을 넣은 직후 멕시코시티에선 인공지진이 관측되기까지 했으니, 누가 남미사람들 아니랄까봐 응원 열정으로는 4강행이 확실하다.



멕시코 응원단이 러시아에서 동성애를 비하하는 단어 ‘Puto’를 외치며 거리 응원을 펼치는 모습. [출처=유튜브]


#청소가 제일 쉬웠어요, 일본

응원 그 자체보다 응원 매너가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지 않을까. 일본 특유의 질서의식 덕분에 일본 응원단은 경기 중 난동을 부리는 일도 없고 그저 질서 있고 깔끔하기로 유명하다. 응원은 특이할 게 없는데, ‘사무라이 블루(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별칭)’를 따라 파란 유니폼을 입고 “니뽄”을 외치며 박수 세 번을 치는 게 전부다. 물론 응원단 전체가 하나돼 한 목소리로 응원가를 부를 땐 일본만의 조용하지만 강한 힘이 느껴진다. 다만 이번 월드컵에서도 일본 응원단은 경기가 끝난 후 관중석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모습으로 세계인에게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20일 러시아월드컵 H조 조별예선 1차전 일본-콜롬비아의 경기가 끝난 뒤 쓰레기를 줍는 일본 관중들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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