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환율 1112.8원…7개월새 최고치
원화약세, 외국인 자금이탈 부추겨
무역전쟁 등 달러강세 지속 우려도
미중 무역분쟁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저금리 유지로 달러강세가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강세가 우리나라 수출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증시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유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7.7원 오른 1112.8원에 장을 마감해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무역분쟁 우려와 함께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긴축 기조를 강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추가 정책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최근 무역 갈등이 경제 활동을 위축시켰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실 원달러 환율 상승(달러강세ㆍ원화약세)은 우리나라 핵심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에 순영향을 미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해외수출 비중이 30~40%에 달해 원화약세가 매출증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똑같이 1만 달러짜리 차를 팔아도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일 때에는 1000만원을 벌 수 있는 반면, 환율이 1100원으로 치솟으면 1100만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환율상승에 덕을 보는 기업들은 이 밖에도 많다. KB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SDI는 원달러 환율이 1% 하락(원화강세)시 영업이익이 각각 2%, 2.1% 감소한다. 삼성전자 역시 환율이 1% 하락하면 영업이익이 0.4% 줄어드는 구조다. 따라서 수출기업에게 원화약세 자체는 반가운 측면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치솟는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자금이탈을 부추겨 증시에는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화약세가 외국인의 투자이익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환율이 ‘1달러=1000원’인 때 한국 시장에 진입한 외국인의 경우 원화약세로 ‘1달러=1100원’이 되면, 1000원짜리 주식을 되팔아도 1달러를 온전히 가져갈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동안 외국인 매수세는 약화됐고, 코스피는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향후 달러의 추가 강세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G2 무역분쟁이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과 기타 국가간 경기ㆍ통화정책 차이로 인해 달러강세와 신흥통화 약세 구도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원화약세가 국내 수출기업 실적개선에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무역분쟁 리스크가 이를 잠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 기자/youkno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