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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갈등유발자’①] “덥다, 켜” vs “춥다, 꺼”…지하철기관사는 괴로워
-기관사 “출퇴근시간 에어컨 항의민원 최대 100건”
-탑승객 많을수록 폭주…양해 방송도 수차례씩
-‘비상통화장치’ 통한 민원은 전동차 정차하기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출퇴근 시간에는 항의전화가 최대 100건씩 들어올 때도 있어요.”

서울지하철 7호선 전동차를 운행하는 근무 2년차 기관사 소재섭(29) 씨는 출퇴근 시간을 ‘러시타임’이라고 표현했다. 많은 사람이 전동차에 탑승하는만큼, 일도 민원도 증가하는 시간대라는 의미다. 

많은 승객들이 탑승해 있는 전동차 안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소 기관사는 늘어나는 에어컨 관련 민원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사람이 많이 붐비는 시간대에는 ‘덥다’는 의견, 사람이 없고 한가한 시간대에는 춥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그가 근무하고 있는 7호선(5~8호선)은 기관사 한 명이 전동차 운행부터 승객 민원까지 모든 업무를 혼자 총괄하는 시스템으로 운행되고 있다. 고객들의 민원이 폭주하면 그만큼 업무도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소 기관사는 “기관사가 제대로 (일을) 안했다면서 (고객들이) 항의를 한다”면서 “승객들을 챙기고, 전동차 운행도 신경쓰고, 방송도 해야하고, 신경쓸 일이 많은데 에어컨 문제까지 신경써야 하니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호선에 근무하는 이상헌(27) 차장도 에어컨과 관련된 민원으로 크게 고충을 겪고 있다.

2호선은 기관사와 차장이 함께 근무하는 구조고, 기관사가 열차의 운행ㆍ차장이 승객들의 민원을 담당한다. 이 차장은 “날씨가 더우면 민원이 혼합되서 다양하게 들어온다”면서 “차량 에어컨 온도가 22도에서 꺼지고 25도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는데, 특정칸만 객실 에어컨을 켜고 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민원이 폭주한다”고 털어놨다.

이용객이 많은데 열차별 온도 조절이 용이하지 않으니, 이 차장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방송을 통해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그는 “춥다는 손님이 있으면, ‘추우신 분은 여벌의 옷을 지참하는 센스를 발휘해달라’는 방송을 내보낸다”면서 “더운 여름날에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방송을 통해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이야기했다. 

전철 안에 붙어 있는 에어컨관련 안내문구.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기관사들이 뽑은 가장 힘든 점은 ‘비상통화장치’를 통한 민원 제기였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있은 뒤 전동차 근무자들은 비상통화장치에 즉각 반응해야 하는 구조로 열차의 업무 시스템이 바뀌었다. 이처럼 비상시에만 사용돼야하는 장치임에도 중장년층이 이 장치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소 기관사는 “비상통화장치를 작동하면 15초동안 기관실 안에 비상 사이렌이 울린다”면서 “(비상통화장치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면 기관사가 차량에 문제가 없는지 여러가지를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

이 차장도 “에어컨 민원 중 가장 힘든 것이 비상통화장치를 통한 민원이 들어왔을 때”라면서 “경보가 울리면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기 위해 출동을 해야한다”고 했다.

소 기관사는 “비상통화장치를 사용하면 전동차를 멈춰야 한다”면서 “에어컨 문제로 몸살을 앓는데, 전동차가 멈추면 기관사와 승객모두 함께 불편을 겪는다”고 일갈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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