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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행정권 남용·재판거래’ 엇갈리는 처벌 가능성
법관회의 “책임추궁 필요”의결
‘판사 뒷조사’엔 직권남용 거론
‘재판 거래 의혹’은 입증 힘들 듯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조치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처벌 가능성에 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관해서는 혐의 구성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은 처벌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최기상 부장판사)는 11일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1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하여 형사절차를 포함하는 성역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고 의결했다.

여기서 말하는 형사절차는 수사와 기소, 재판 등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산발적으로 열린 판사회의에 이어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사실상 강제수사 필요성을 인정했고,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여론도 가라앉지 않고 있어 향후 검찰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대상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임 전 차장이 행정처 심의관들을 시켜 부적절한 서류를 작성하게 하거나 특정 판사 뒷조사를 시켜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했다는 점과 대법원이 양승태(70)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청와대와 교감하고 일부 재판을 왜곡해 처리했다는 내용이다.

우선 임 전 차장이 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시킨 일은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가 거론된다. 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의무없는 일’의 범위가 문제된다. 가령 특정 판사에 대한 인사불이익을 검토한 서류가 작성된 경우, 그러한 서류를 작성한 자체가 ‘의무없는 일’이 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반대로 실제 인사 불이익을 주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검토’에 불과하고 직권남용 적용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원래 직권남용은 법원이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는 범죄였는데, 최근 ‘적폐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인정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 전 차장이 ‘국제인권법연구회’ 행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한 부분은 실제 조치가 취해졌기 때문에 보다 혐의 적용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임 전 차장이 ‘판사 뒷조사’를 위해 특정 판사의 재산 보유 내역을 열람한 부분에 관해서는 공직자윤리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대해서는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서 ‘범죄 혐의가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판사가 재산등록을 위해 제출한 서류는 법원행정처 차장이 열람할 권한이 있어 현행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임 전 차장의 혐의를 구성한 후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관여 여부를 밝히는 작업이 남는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임 전 차장에게 지시를 내렸거나, 혹은 각종 권한 남용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정황이 나온다면 공모관계로 볼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은 조사 과정에서 보고 여부나 지시를 받았는지에 관해 ‘기억아니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관련 진술이 나오지 않으면 양 전 대법원장의 관여 여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대법원이 재판결과를 왜곡했다는 부분은 입증이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제 ‘재판거래’가 있었다 하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법원조직법은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가 된 사건에 관여한 대법관들이 조사를 받더라도 재판 과정을 과정을 진술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어렵게 재판 과정에서 부적절한 부분이 발견된다고 해도 처벌근거로 삼을 규정이 마땅치 않다. 한 검찰 간부는 “혐의 적용이 어렵겠지만 굳이 적용한다면 대법원장이 대법관들을 상대로 이러이러한 재판을 하라고 시킨 걸 직권남용으로 볼 소지가 있는데, 이 경우 대법관들이 공범이 아닌 피해자가 된다”며 “국민 정서상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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