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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집서 피우는데 왜?”…커지는 아파트 층간흡연 갈등
‘소음’보다 심각…여름마다 논란
찐담배 냄새도 비흡연자엔 고통


#. 비흡연자 김모(29) 씨의 여름은 곧 ‘담배 냄새와의 전쟁’이다. 더운날씨 탓에 창문을 열어놓는 날이 많아지는데, 그 틈새로 아파트 아랫집과 윗집에서 담배냄새가 몰려들어 오는 것이다. 경비실이나 관리실을 통해 항의해도 그때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 김씨는 “베란다에 걸어둔 옷에 담배 냄새가 배여, 건조는 코인세탁방에 맡겨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아파트 실내에서 흡연하는 것이 금연이 됐지만, 층간흡연 갈등이 여전하다. 법 적용 사각지대인 오피스텔, 실내 흡연이 금지된 된 상황에서도 집 안에서 담배를 피는 일부 이웃들 때문이다. 아울러 실내 흡연이 금지된 상황에서 아파트 놀이터, 벤치 등 아이들의 공간에서 담배를 피는 경우가 많다.

여름을 맞은 일선 아파트 단지 등에서는 주민간 갈등이 커져가고 있는 추세다.

얼마전 빌라로 이사한 취업준비생 심성식(30) 씨도 밀려오는 담배 냄새로 피로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4월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오랜 시간을 구직준비에 몰두하는데 창문으로 담배 냄새가 계속 올라온다고 했다. 냄새 근원지인 아랫집을 찾아가 거세게 항의했지만, 50대 남성 임모 씨는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무슨 문제냐”면서 되레 성을 냈다.

그는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는데 담배 냄새를 맡으면 집중이 되지 않아 애를 먹는다”면서 “나도 흡연자지만 짜증이 난다”고 비판했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놓고서도 갈등이 거세다. 기존 연초담배보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죄의식 없이 실내에서 전자담배를 피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거주자 김세운(28) 씨는 “화장실 환기구에서 ‘쑥 썩은 내’가 나기 시작해 크게 맘고생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찐담배 냄새였다”면서 “환풍기에 냄새 여과장치를 설치했다”고 털어놨다.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의학연구소 환경건강연구실이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세대주택 거주자의 62.4%, 아파트거주자의 61.3%는 층간흡연 문제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위원회의 2014~2016년 민원조사 집계에서도 ‘층간흡연’ 민원은 726건으로 층간소음보다 1.5배가량 많았다.

올해부터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돼 아파트 실내 흡연이 금지ㆍ경비원이 이를 제재할 수 있도록 됐지만, 공동주택 내 ‘을’인 아파트 관리자나 경비원들이 입주자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김성우 기자/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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